[편집자주] 신선한 뉴페이스들의 등장은 스포츠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곤 한다. 이에 큐스포츠뉴스가 향후 활약이 기대되는 당구계 기대주들을 발굴, 조명하는 ‘내일의 스타’ 코너를 마련했다. 나이 불문,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그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네 번째 주인공은 팀리그 SK렌터카 육성선수 조예은이다.
‘2000년 세대’의 활약이 유난히 도드라졌던 올시즌 프로당구 LPBA 무대다.
‘01년생 트리오’ 용현지 한지은 황민지는 각각 ‘제비스코 상금랭킹’ 상위권인 12위, 15위 2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04년생 장가연은 31위다. 이들은 모두 제주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했고, 그 대회 4강 한 자리를 한지은이 꿰찼다.
‘02년생’ 조예은은 이런 또래들의 활약이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씁쓸했다. 특히, 강차당구연구소에서 한솥밥 먹는 ‘동생들’ 장가연 전지우(03년생)가 올시즌 8강진출을 이룰동안, 조예은은 최고 32강진출(6차전)에 그쳐 동생들 몰래 맘고생 심했다고. 시즌 상금랭킹은 74위.
그러나 실망만 있던 건 아니다. 스스로 성장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 점이 가슴속에 작게 타오르고 있던 당구에 대한 열정에 기름을 부었다고 한다.
“온 힘을 다해 당구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어요.”
이 각오와 더불어, 조예은은 팀리그 SK렌터카 팀 유일한 ‘육성선수’로서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해 “차기 시즌엔 꼭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하겠다”는 포부 또한 밝혔다.
신난 목소리로 희소식도 알렸다. 오는 21~22일, SK렌터카 ‘주장’ 강동궁, ‘에이스’ 에디 레펀스와 함께 CF촬영이 예정돼 있단다.
지난 17일 폐막한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월드챔피언십’ 전후로 들어본 22살 조예은의 당구사를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됐다.
Q.요즘 어떻게 지내나.
=강차연구소에서 연습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제주 월드챔피언십 기간)엔 강동궁 프로님이 내준 숙제를 열심히 풀고 있었다.
Q.강동궁 선수가 내준 숙제라면.
=강 프로님이 스케쥴 있을 땐 함께 훈련중인 저와 (전)지우, (장)가연이에게 숙제를 주신 뒤 저희가 보낸 카카오톡 문자 및 영상으로 달성 여부를 확인해주신다. 이번 숙제는 뒤돌려치기 키스 피하기, 얇은 두께를 슬쩍 끊어치기, 두껍게 밀어치기 등이었다.
Q. SK렌터카 육성선수가 돼 강차연구소에 들어오게 됐다고.
=LPBA 데뷔(21/22시즌) 후, 감사하게도 SK렌터카 측에서 저를 팀내 유일한 육성선수로 선발해줬고, 그 인연으로 팀 주장인 강동궁 프로님과도 연을 맺게 됐다. 강 프로님과는 22년 6월 방영된 ‘미쓰리쿠션’에도 함께 출연했다.(조예은은 미쓰리쿠션 4강진출) 이런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지난해 7월 연구소에 둥지를 틀게 됐다.
Q. 올시즌 초반 강차연구소에 합류한 뒤 실력이 크게 상승했다고.
=사실이다. 그 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늘었다. 더불어, 당구에 대한 진심이 커진 점 또한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열정이 매우 부족했다. 동생들은 함께 운동하는 사이지만, 프로의 세계에선 경쟁자이기도 하잖나. 그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크게 감화돼 자칫 나태해지려는 내 자신을 채찍질하곤 했다.
Q. 열정 부족으로 많이 혼나기도 했다는데.
=(조금 뜸들이다)사실 당구는 제가 크게 원해서 시작한 게 아니다. 대대 30점 치시는 아버지가 “예은아, 앞으로 당구가 참 많이 발전할 거다. 해보지 않겠나?”해서 시작한 것이다. 권유를 들었던 시기가 제가 지금 뛰고 있는 프로당구 LPBA가 막 출범하던 2019년도였다.
Q. 그럼 아버지의 권유 당시 당구는 접한 적 없던 상태였나.
=직접 큐를 잡은 건 아니었다. 고향 대구에서 열리는 동호인대회에 아빠 따라 구경 가거나, 밤에 유튜브 등으로 당구를 보는 정도에 그쳤었다.
Q. 반대로 어머니는 딸이 큐 잡는 걸 반대하셨다고.
=당구장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2019년 당시 제가 고2였는데, 담배피는 공간에 딸이 출입한다니 크게 걱정하시며 만류하셨다.
지금은? 아빠보다 당구선수인 딸과 당구를 더 좋아하시는 분이 엄마다. 당구를 전혀 못 치시는 분이 코칭을 정말 잘해주신다. “팔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스트로크가 끊긴다.” 등 조언을 주시는데, 강 프로님이 해주는 말과 똑같아 소름 돋더라.
Q. LPBA 얘기로 들어가보겠다. 현재 3시즌을 소화했는데, 자평한다면.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이 보인다. 첫 시즌(21/22) 땐 스스로도 ‘(프로데뷔가)너무 이른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경험이 일천한 저였다. 이어 두 번째 시즌(22/23)까지 우리나라에 당구 잘 치는 여성들이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게 맞은 올시즌엔 최고 32강까지 올라가봤다. 그러나 만족스럽진 못한 성적이다.
다만,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면 나도 위로 올라갈 수 있구나’란 희망을 발견하게 돼 다행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즌엔 택도 없이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올시즌엔 1~2점차 박빙으로 진 경기가 많아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그 작은 차이를 쫓아가 승리할 수 있을 것 같다.
Q.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인지, 요새는 ‘열정이 보인다’는 칭찬을 듣는다고.
=선생님들(강동궁 차명종)께서 종종 ‘진심으로 당구에 임하고 있다’고 하시더라. 당구에 대한 열정에 불이 붙은 듯하다.
Q. 선생님들이 참 고맙겠다.
=그렇다. 또한 SK팀 식구들이 저를 참 예뻐해주셔서 늘 감사하다. 단장님은 대회에서 질 때마다 연락해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주신다. 차기 시즌에 좋은 성적으로서 SK렌터카 황일문 대표님, 용품 후원해주시는 니즈 김준 대표팀, 아담 큐 남기원 대표님, 스무살 때 서울 올라온 저의 적응에 도움주신 구민수 프로님 등에 꼭 보답하고 싶다.
Q. 고마운 분들에게 구체적인 차기시즌 목표를 밝힌다면.
=월드챔피언십 진출이다. 사실 (장)가연이가 제주에 다녀와서 오늘(19일) 시상식까지 참가하는 걸 보곤 너무나도 부러웠다. (참, 가연이 드레스는 저희 강차연구소 식구들이 휴온스 팀 컬러와 깔맞춤 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서 고른 의상이다. 하하)
저도 그 자리에 꼭 서보고 싶다. 대신 저는 21일부터 이틀간 강 프로님, 레펀스 선수와 함께 SK렌터카 CF촬영이 예정돼 있다. 감사한 일이다. 그 성원에 꼭 보답하는 차기 시즌의 조예은이 되고 싶다. 커진 열정을 원동력 삼아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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