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선생님 가르침 덕이 컸죠. 다오 선생님, 깜언(Cảm ơn, 감사합니다)!”
30일 오후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 3쿠션 경기가 한창인 강원도 양구군 청춘체육관. 선수 대기석에 박정우와 베트남 선수인 다오 반 리(The Vinh Ly)가 나란히 앉았다.
연유를 묻자 두 사람은 국경을 초월한 “사제지간”이란다.
지난해 12월, 박정우는 손준혁(부천시체육회)과 함께 호치민시로 날아갔다. 선수들 사이에서 호평받는 베트남식 3쿠션 시스템, 이를 잘 가르치기로 정평이 난 ‘다오 선생님’을 찾아 베트남행 비행기를 탄 것이다.
베트남 선생님을 물색하던 박정우-손준혁에게 바오프엉빈이 다오를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헌데 그 무렵 다오는 자신의 새 클럽 오픈이 임박, 눈코뜰새 없이 바쁜 처지였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날아온 두 10대 소년(당시 박정우 18살, 손준혁 19살)을 흔쾌히 문하생으로 받아줬다.
이후 약 한달 간, 박-손 제자는 선생님 다오의 열성적인 지도로 베트남식 시스템은 물론, 경기중 흔들리지 않는 멘탈, 선수로서 갖춰야 할 소양까지 습득할 수 있었다.
스승의 열성적인 지도에 관해 박정우는 “레슨 둘째 날, 선생님은 오픈식 때문에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지만 레슨을 거르지 않고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런 배움의 수확물을 이번 ‘아시아캐롬선수권’ U22 3쿠션 경기에서 “제대로 쏟아부어 우승까지 맛 봤다”는 박정우다.
‘스승에 대한 감사함’을 (대회현장 통역을 통해)전해들은 다오가 애정어린 눈으로 제자를 바라본다. 그는 박정우에 대해 “당구와 배움에 대한 열정이 매우 뛰어났던 제자”라고 기억했다.
사실 다오는 자국에서 유명한 당구 선생님이란다. 최근 기세 좋은 ‘베트남 영건’ 타이홍치엠 등 100명 넘는 제자들이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그들에게 다오는 수시로 “겸손하라”고 강조한다.
실례로, 다오는 박정우의 대회 U22 우승직후 축하인사와 함께 “그럼에도 겸손해야 한다”고 한글로 직접 번역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우승에 심취해 흐트러질지 모를 제자의 정신자세를 다잡아주려는 스승의 조치였다.
인터뷰 후, 스승은 ‘아시아캐롬선수권’ 3쿠션 경기장으로 발을 옮겼다. 꼭 입상해 “제자들에게 자랑스러운 스승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스승이 자리를 뜨자, 박정우가 차마 직접 전하지 못한 감사인사를 술술 털어놓는다.
“환경 적응, 불편한 의사소통 등으로 힘들던 저와 (손)준혁이 형을 위해 선생님께서 무던히 애써주셨어요. 그 덕분에 한달간 오로지 당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양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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