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린, ‘국토정중앙배 3연패’ 소감서 밝힌 개명(전 이우진) 사유… “살고싶어서” [인터뷰]

 

 

“개명(改名) 후 첫 전국대회 우승이에요. 첫 우승 때보다 더 기뻐요.”

이하린(인천광역시체육회,국내4위)이 ‘제12회 국토정중앙배 2024 전국당구대회’ 여자10볼-혼합복식 2관왕에 올랐다. 개인전만 놓고 보면 대회 3연패(2022~2024) 위업 달성이다. 개최지인 강원도 양구군이 그에겐 영광의 땅인 셈이다.

 

‘제12회 국토정중앙배 2024 전국당구대회’ 포켓볼 종목 2관왕에 오른 이하린. 개인전은 대회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우승소감을 묻자 이하린은 감격해 울먹이더니,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던 지난해 초반부를 반추하면서 개명 사유를 들려줬다.

시점은 이하린이 아직 이우진(개명전 이름)이던 작년 초, 대만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코로나19로 멈췄던 대만 유학을 재개했죠. 그런데 당시 감당 불가능한 수준의 악몽에 시달렸어요. (꿈속에서)악령들이 저더러 ‘죽어라’고 저주를 퍼부어대는 통에, 거의 매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어요.”

이를 견디다 못한 그는 ‘내가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란 지경까지 생각이 다다랐다고.

딸이 매일 고통에 몸부림치자 어머니의 가슴도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오죽하면 선수로서 한창인 딸에게 “당구 그만둘래? 우선 네가 살아야지”라고 읍소했단다.

당구는 차치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정신상담을 받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 끝에 이하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개명(지난해 초중순)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악몽이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를 괴롭히던 악몽은 불안정한 심리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유학의 재시작, 성적에 대한 압박감 등으로 당시 스트레스가 극심했거든요. 개명을 기점으로 그 압박감에서 점차 탈출할 수 있었어요.”

이름을 바꾼 이하린은 ‘악몽으로부터 탈출’을 위해 인생관 또한 뜯어고쳤다.

“웃어야 복이온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간 당구만 잘 치면 만사형통일 줄 알았죠. 아니었어요. 내가 행복해야 실력향상과 성적이 따라온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가시 돋친 듯 예민했던 성격도 점차 유해졌다. 대회 후 여지없이 찾아오던 신경성 두통이 사라져 기쁘다는 이하린이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이 바로 전국대회 우승이었는데, 좋은 기억이 많은 양구에서 그 목표를 이뤄냈다.

여기까지가 구 이우진, 현 이하린의 개명에 관한 얘기다.

 

“고마운 분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이하린은 그 마음을 전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고생담 후의 주제는 자신을 수렁에서 꺼내준 이들을 향한 감사함이었다.

먼저 가족이다. 항상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어머니, 딸 몰래 대회장에 와 경기를 지켜본다는 아버지, 부모님에게도 못 터놓는 속내를 공유하는 ‘친구 같은’ 언니가 참 고맙단다.

이어 소속팀 인천시체육회다. “까칠하고 예민한 저를 잘 케어해준 이완수 감독님, 좋은 호흡으로 이번 국토정중앙배 혼합복식 1위를 차지하게 해준 (권)호준 오빠에게 이번대회 2관왕의 영광을 돌리고 싶어요.”

스승(정영화 선수), 대만 선생님(커핀이-커핑중 형제)과 더불어, 개인 후원사도 ‘감사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었다. LG유플러스, 허리우드, 고리나코리아, 퓨리 등 업체다.

올해 25살 이하린은 14살 때 포켓볼 전문선수가 됐다. 선수 11년차인 지난해에 큰 액땜을 한 그는 12년차인 올해 ‘마음의 평안’을 도약대 삼아 더 비상하겠다는 각오다.

“제가 힘든 시기에, 함께 성장하던 선수들이 치고 나가자 자존심 상하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을 개의치 않아요. 저만 잘하면 된다는 걸 알았거든요. 고마운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응원해주세요”

 

[양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Language

배너영역 작업중
Hide
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