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신선한 뉴페이스들의 등장은 스포츠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곤 한다. 이에 큐스포츠뉴스가 향후 활약이 기대되는 당구계 기대주들을 발굴, 조명하는 ‘내일의 스타’ 코너를 마련했다. 나이 불문,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그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다섯 번째는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 여자3쿠션 동메달리스트 허채원이다.
부모님 권유로 큐를 잡은 소녀가, 이젠 “잠을 더 줄여 연습하겠다”고 스스로 독기를 품는다. 올해 21살인 여자3쿠션선수 허채원(한국체육대학교)이 밝힌 각오였다.
지난달 30일, 허채원은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 여자3쿠션 준결승서 박정현(전남당구연맹)에 23:30으로 패배, 결승진출이 좌절된 상태였다. 자신의 당초 목표인 8강진출(작년엔 실패)을 초과해 동메달을 따냈지만, 메달 색깔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최근 슬럼프에 빠졌거든요. 반등점이 꼭 필요했어요”라는 허채원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꽤 장기간 전국대회 성적이 영 신통치 않아서다.
“올시즌을 맞이하기 직전에 하우스 애버리지가 좀 올라 실력 또한 꽤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테이블 파악, 심리적인 부분 등 아직 채울점이 너무나도 많아요”
허채원의 가장 최근 최고의 순간은 약 17개월 전이다. ‘제17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서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오른다. 아쉽게 ‘2살 동생’ 김하은(충북당구연맹)에 14:25로 패하며 생애 첫 전국대회 우승은 좌절됐으나, 자신감을 키우기에는 충분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허채원은 “그 후로 8개 전국대회서 딱 한 차례의 입상(23년 3월 국토정중앙배)에 그쳤어요”라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인터뷰 이틀전(3월 28일), ‘제12회 국토정중앙배 2024 전국당구대회’가 있었다. 반등을 위해 이 대회를 벼르고 벼른 허채원은 그러나 16강서 대회를 마감, 속앓이를 멈추는 데 실패했다.
그 탓에 허채원의 국내랭킹이 종전 6위에서 7위(409점)로 한 계단 하락했다. 현재 독주체제를 굳힌 ‘랭킹톱’ 김하은(랭킹포인트 689점)과는 무려 280점 차다. 2위(최봄이,570점)와는 161점 차.
2위권 진입이 중요한 이유는 선수들에겐 ‘영광의 무대’인 세계선수권 출전권(랭킹 1~2위)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 기회를 거의 손에 넣었다가 놓인 씁쓸한 기억도 있다.
작년 8월, 당시 허채원은 아슬아슬하게 유지해 온 랭킹 2위 자리를 이신영에게 빼앗기며 세계선수권 출전이 좌절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신영은 그해 한국당구 사상 첫 여자세계선수권 챔프가 된다.
이를 회상하던 허채원은 학업(한체대3)과 연습을 병행해야 해 수면시간이 하루 평균 5시간에 불과하지만, “더 줄여야 한다”고 이를 악문다.
아침 7시 기상→학업 후 오후 1시 연습장(합정 노블캐롬클럽)행→자정까지 연습인 생활 패턴에서 연습량을 더 늘리겠다는 것.
“연습 마치고 집에 갈 때 거의 매일 막차를 타요. 지금보다 연습시간을 더 늘리면 당연히 귀가시간이 더 늦어지겠죠? 그래도 해 보려고요.”
이처럼 목표를 향한 의지를 활활 불태운 허채원. 이윽고 처음 큐 잡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연습이 힘들어 눈물 흘리던 시간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됐다”고 말했다.
허채원은 중2 겨울방학 때부터 당구를 시작했다. 핸드볼 선수를 꿈꿨지만, 딸의 장래를 점쳐본 어머니가 격하지 않은 스포츠인 당구를 권했다고 한다.
이어 중3이 되면서 본격적인 트레이닝이 시작됐고, 당구장을 7~8년 간 운영해온 대대30점 고수인 아버지(허운)가 응원과 조언을 줬다.
“공을 배우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연습해라, 그렇게 해서 늘지 않는다’ 등을 얘기하는 통에 사소한 마찰도 적지 않았죠.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지금은 든든한 응원군인 아버지다)
그러던 지난 2019년, 허채원은 서울당구연맹에 전문 선수로 등록한다. 그해 6월 서울연맹 주최 ‘제17회 하림배 3쿠션 마스터스’에 출전, ‘고교생 첫 대회 성인부 우승’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이처럼 일찍 가능성을 보인 허채원은 그후로도 두각을 나타내 대학 진학(한체대)까지 성공했고, 현재는 국내 아마추어 여자3쿠션 강호 반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 사이 스승도 바뀌었다. 3년 가까이 사제의 연을 쌓아온 박인수(현 PBA 1부)-허채원 두 사람의 일정조율이 힘들어 레슨 중단이 불가피했다고.
이에 허채원은 약 반년전부터 조흥래(서울당구연맹) 선생님에게 열심히 배우고 있단다.
“(조흥래 선생님은)설명을 잘 해주세요. 정확하게 말하면 의사소통 방법이 저와 잘 맞아요. 그 점이 저는 참 좋아요.”
한편, 인터뷰 말미에 허채원은 올해에 “세 마리 토끼를 쫓는다”고 힘줘 말했다. 아직 못 이룬 전국대회 우승과 학업, 그리고 2급 전문 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취득이다. “아직 준비가 미흡하나, (이수과정을)신청 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이어 선수로서의 포부로 인터뷰의 마침표를 찍었다.
“저는 후배들이 본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실력은 기본이고, 매너와 인성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양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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