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진출로 이렇게 기뻐할 줄은 몰랐네요. 하하.”
다니엘 산체스. 세계3쿠션계를 호령하던 ‘천하’의 산체스 맞다. 그가 지난 2023-24시즌 프로당구계 입성할 때, 수많은 이들의 기대가 있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녹록지 않았다. 산체스에게조차. 그의 프로데뷔 첫해 최고성적은 32강에 그친다. 산체스, 그 이름값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성적이었다.
이런 산체스가 오늘(5일)부로 어쩌면 반등할지도 모른다. 올 2024-25시즌 프로당구 2차전 ‘하나카드 PBA챔피언십’ 32강을 통과(박주선에 3:2 승), 프로무대 첫 16강 무대로 올라선 것이다.
경기 직후 산체스는 연신 진땀을 닦아냈다. 안도의 한숨을 곁들이면서. 그리고 바로 인터뷰 요청을 받자 “16강 진출인데?”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축하인사를 건네자 연신 “고맙다”는 산체스다. 모리 유스케, 초클루의 아내인 에멜, 그 외 수많은 당구인들이 산체스를 축하해줬다. 그러자 산체스는 얼굴이 벌게지면서 “16강인데”라며 웃어 보였다.
소감을 묻자 “당연히 기쁘다”는 답변이 나온다. 이어 산체스는 미소를 한껏 머금은 채 “PBA에는 훌륭한 플레이어가 많다. 그래서 16강진출이 절대 쉽지 않다. 내가 기쁜 이유”라고 설명했다. “UMB(세계캐롬연맹) 대회였다면 16강은 큰 기쁨이 아니었겠지만. 하하”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PBA 72위권에 들어 다행”이라고도 했다. 시즌 3차전 ‘에스와이 하노이투어’에 갈 수 있게 돼 기쁘다는 말이었다.
“대회 시드권 유지란 것은 제게 당연하였죠. 14살 때부터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시드권)에 참 감사합니다. 하하.”
이 대목에서 산체스의 PBA판 적응도가 궁금했다. 산체스는 “오늘 경기를 통해 70% 적응했다”면서 “어제까지는 –10%였다”며 껄껄 웃었다. 표정으로 짐작컨데 그가 전한 숫자는 적응도 보다는 그의 행복지수인 듯 했다.
이렇듯 산체스의 프로무대 적응기는 현재진행형이었다.
그에 관한 부연설명도 이어졌다. “10대 때부터 평생 발 담가온 당구무대와 PBA무대는 내게 전혀 다른 무대다. 테이블, 조명, 경기장, 관중석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적응기의 선수에겐 모든 경기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을 터. 산체스도 마찬가지였다.
‘부담감’ ‘압박감’ 등에 관한 예시로, 산체스는 박주선과의 32강전서 범한 ‘오구파울’을 언급했다. 산체스는 승리까지 단 2점(9:2)을 남겨둔 오늘(5일) 32강전 5세트 3이닝서 ‘오구파울’을 범하며 흔들렸는데, 이것이 다 “강한 압박감”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그리곤 심장쪽 가슴에 가볍게 손을 얹어 보였다.
이를 끝으로, 예상보다 더 환한 미소를 보여준 산체스의 ‘프로무대 첫 16강진출 기념’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이어, 기사용 기념촬영을 요청하자 그는 또 이 말을 한다. “16강인데?(사진요청?) 하하. 그래도 기뻐요. 매우.”
그리곤 마지막 멘트를 남긴다.
“저 산체스는 아직 살아있고, 살아남을 겁니다!(I’m still alive, and I’ll survive!)”
[일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