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Form) 미쳤다.” 솜씨나 기량을 뜻하는 영단어 ‘Form’과 보통사람과 다르다는 ‘미쳤다’를 합쳐, 그에 부합하는 이를 칭찬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요즘의 고태영이 딱 그렇다.
그는 최근 두달 새 3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그 출발은 올 6월 ‘2024 남원 전국당구선수권’ 우승이다. 이어 지난 7일 ‘2024 스누커 그랑프리 2차’ 2위, 그리고 이틀전(16일) ‘KBF 디비전리그 D3 포켓 2차대회’ 우승으로 ‘폼’이 물올랐음을 재차 입증해냈다.
이런 상승세 비결이 궁금했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 디비전리그 시상식 직후 고태영에게 묻자 “그저 최선을 다했고, 운이 좋았을 뿐”이란 다소 평이한 답변이 나왔다. 훈련 루틴에서도 대단히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순 없었다. 인천 계산동 소재 개인 연습장서 “기본기 훈련 시간을 늘리며, 연습과 실력 간 실력 차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그다.
그러나, 그 다음 답변으로 의문의 실마리가 조금 풀렸다. “여자친구가 매 대회 전후로 나를 잘 보조해준다”고 밝힌 것이다.
교제 3년 넘은 ’93년생 포켓커플’ 고태영-강루아
남원대회서, ‘남친’은 우승, ‘여친’은 동호인부 16강
“여자친구 기다려요.” 지난 6월 22일, 고태영이 본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당시 ‘남원 전국당구선수권’ 포켓9볼 남자선수부 1위에 오른 직후의 고태영은 기쁜 마음을 금새 거둔 채, 동호인부에 출전중인 여자친구(강루아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강루아씨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포켓9볼 여자개인전 B조 16강서 대회를 마감했다. 강 씨의 얼굴엔 아쉬운 마음이 한 가득했다. 이런 여자친구의 짐 정리를 도와주던 고태영과 그 옆의 강 씨에게 ‘기념촬영’을 제의했고, 이를 커플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기사 섬네일 사진이 당시 촬영본이다.
강루아씨는 친구들과 취미로 포켓8볼을 즐기다 1년 전부터 동호회(풀하우스)에 가입, 본격적인 포켓볼 동호인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가끔 남자친구의 개인연습장에 와 레슨 겸 데이트도 즐긴다고.
이런 여자친구를, 고태영이 지난 16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이다.
“(여자친구는)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응원을 많이 해주는 것은 물론, 대회 전날엔 신경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저를 옆에서 잘 다독여주며 제가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줘요.”
‘1993년생 동갑내기’라는 고태영-강루아 커플은 이렇게 포켓볼을 매개로 해, 3년 넘게 알콩달콩한 연애를 이어나가고 있다.
“동호인 (안)광욱 형이 멘탈-당구 코칭해줘”
인터뷰중인 고태영에게 안광욱(월드풀라이프) 동호인이 와 ‘디비전리그 D3 포켓 2차대회’ 우승을 축하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차이나오픈’에 함께 출전하며 친분의 깊이를 더한 사이다. 그후 고태영이 안 동호인에게 당구는 물론 멘탈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안광욱 동호인은 ‘재야의 고수’로 소문 자자한 중국 출신의 동호인이다. 스누커, 포켓볼, 중국식 당구인 헤이볼 등을 현재까지 27년간 쳐왔다고 한다.
그런 안 동호인에게 ‘동생’ 고태영에 대한 칭찬을 부탁하자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선수”라며 ‘엄지척’ 했다.
“올해 亞선수권서 작년성적(32강) 넘어야죠”
“韓포켓볼 발전에 일조하는 선수 되고파”
이어 고태영에게 국제대회 출전에 대한 각오를 물었다.
현 국내 남자포켓볼 랭킹 2위인 그는 이달 25~29일 ‘포모사 아시아 남자 9볼 선수권’, 11월엔 ‘제6회 방콕 촌부리 아시아실내무도경기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간다.
특유의 덤덤한 말투로 “좋은 결과를 들고 오겠다”고 각오를 전한 그는 “32강에서 패했던 아시아선수권에선 그 이상을 노리고 싶다”는 포부도 들려줬다.
이어 그는 곧 다가올 국제대회보다 더 먼, 선수인생 전반에 걸친 ‘포부’까지 들려주며 인터뷰의 마침표를 찍었다.
“제가 선수로 뛰고 있는 한국 포켓볼의 발전을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런 관점에서, 오는 20일 SOOP 주최로 열리는 ‘수퍼 리그 레이디스 나인볼’ 대회가 참 반갑습니다. 현장에 가 선수들을 응원하려고 합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기회가 된다면 국내 포켓볼 발전에 조금이나마 일조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 방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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