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우가 어떤 선수인가?’를 증명해낸 대회였죠.”
최근 ‘제76회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라 우리 당구계에 10년만에 ‘세계선수권자’ 등장의 기쁨을 알린 조명우(서울시청,실크로드시앤티). 그를 베트남 빈투언 현지에서 백업한 이장희 우리 대표팀 감독은 이번 우승과정을 통해 “공격적·정석적인 조명우의 진면목이 제대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이 감독은 이번 선수권을 포함, 지난 2013년부터 다수의 국가대항전서 우리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온 베테랑 지도자다. 조명우와는 올해에만 지난 3월 ‘세계팀3쿠션선수권’, 이번 ‘제76회 세계3쿠션선수권’서도 감독-선수로 함께한 사이다.
이런 이 감독에 따르면 조명우는 “공격에 자신있어 하는 선수”다. 남들보다 30g 이상 무거운 큐를 사용함으로써 빠른 스피드를 동반한 힘 있는 샷을 구사할 수 있고 공격의 폭이 대단히 넓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도 이미 세계 톱레벨에 도달해 있다. 그것들을 이번 선수권에서 제대로 펼쳐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공격적인 선수’ 조명우의 바탕에는 “체계적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다진 탄탄한 기본기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관련해 조명우는 평소의 자신을 재현하는 데 집중하니 좋은 결과(세계선수권 우승)가 따라왔다고 전한 바 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다.
이어 이 감독은 “(조)명우가 그간의 마음고생도 어느정도 털어냈을 것”이라고도 봤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찍은 세계 최고점(랭킹1위), 그러나 그것을 수성하는 과정을 처음 겪어 심리적인 슬럼프가 수반됐을 터인데, 이번 우승이 그 심리적 슬럼프를 털어내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이 감독의 분석이었다.
감독과 선수가 그린 그림대로 펼쳐진 이번 선수권이기도 하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특히 그러했다.
“명우의 준결승전 상대인 멕스가 이번 선수권에서 대단했어요(준결승 직전까지 토탈애버 2.075). 하지만 명우에게 ‘그 기세가 꺾일 때가 왔다’고 했고 실제로 준결승서 멕스가 버벅었죠. 하하. 또 결승전을 앞두고 잔뜩 긴장한 명우에게 ‘쟤(결승상대인 쩐딴룩)가 더 떨릴 것’이라며 다독였는데, 실제로 쩐딴룩이 긴장한 모습을 보였고 명우가 그 틈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어 승리했죠.”
현장지도자의 멘탈적인 코칭이 먹힌 셈이다. 이는 “선수 심리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많이 함으로써 가능했다”고 이 감독은 밝혔다.
이런 과정 끝에 한국은 10년만에 세계3쿠션선수권 정상을 재탈환해냈다. 동시에 베트남의 ‘최근 3개 선수권대회 연속우승’을 저지하며, 아시아3쿠션 맹주 경쟁중인 베트남의 대단한 요즘의 기세를 한풀 꺾는데도 성공했다.
따라서 이 감독은 이번 대회 결과가 “대단히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했다. 다만, “더 많은 후배 지도자들이 배출돼 이런 영광을 그들도 함께 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남겼다.
이장희 감독은 당구판에서 흔치 않은 ‘선수와 학자의 길’ 개척자다. 학자로서는 연세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아 ‘당구인 박사 1호’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어 당구인 최초의 경기지도자 1급(현 1급 스포츠전문지도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 선수권에 앞선 지난 2018년엔 한국의 세계3쿠션선수권 2연패를 이끌며 지도자로서 영광의 순간을 맞보기도 했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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