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탕당구 이완수의 포켓볼프리즘 제16화
아시아권의 유일한 메이저 국제 포켓볼대회로 통하는 ‘차이나오픈’.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상위권 진출을 쉽게 장담 못 하는 ‘고수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대회 때마다 거대 규모의 참가선수들 간 치열한 경쟁으로 불꽃 튄다. 톱랭커·베테랑들에겐 실력을 증명해야 할 자리, 신입급·뉴페이스들에겐 훌륭한 도약대가 되곤 한다.
그 13번째 무대(2024 WPA 9볼 차이나오픈)가 지난달 14~22일 중국 상하이 푸동에서 펼쳐졌다. 올해도 22개국 약 300여명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선수들이 나와 경쟁했다. 이를 필자와 함께 들여다보자. 단, 우리의 시선은 한중일 3국의 성적을 따라간다.
한국 포켓볼 선수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국제 포켓볼대회가 ‘차이나오픈’이다. 대회마다 다수의 선수가 출전해왔다. ‘슈퍼스타’ 조슈아필러 등 세계 톱랭커와의 대결기회, 높은 상금(올해 남자 우승상금 한화 약 5300만원) 등이 국내 선수들에게 참 매력적이다.
올해 한국 출전선수는 남(6명) 여(8명) 총 14명. 최종결과는 다소 씁쓸함을 자아낸다.
한국 남자선수 6인은 전원 예선탈락 했다. 그나마 우리 낭자들은 나름 선전해 위안을 느낀다. 우리 여자선수 7인은 예선부터 출발했고, 그중 3인이 본선(64강)에 올랐다.
‘월드클래스’ 서서아는 시드를 받아 본선부터 출발했다. 쉽지 않은 관문들을 뚫고 16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만난 중국의 왕샤오통에 세트스코어 9:3으로 져 8강에는 오르지 못한다(왕샤오통은 이 대회 결승까지 질주해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감).
우리의 성적을 흝어봤으니 이제 일본-중국을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 남자들은 약진했고, 중국 여자들은 여전히 강했다. 이 또한 씁쓸했다. 한국인으로서 ‘부러워 배 아프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일본은 사상 첫 결승진출자(하야토 히지가타)를 배출하는 새 역사를 썼다. 우승은 ‘2018 WPA 세계나인볼’ 챔피언 출신인 독일의 조슈아 필러였다(필러는 대회 2연패).
이제 일본의 ‘차이나오픈’ 역대 입상횟수는 세 차례로 늘었다. 과거의 최고성적은 ‘2009-2012 4강’ 두 번이다.
이처럼 만만찮은 국제 포켓볼 대회 판에서 국제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일본 당구계다. 열도 내 포켓볼 저변확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다음은 중국이다. 전통의 강자인 한유가 여자부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남자부 우승자 필러와 함께 대회 역사상 첫 연속 우승자로 기록됐다.
다시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기존 강국인 중국, 약진한 일본 사이에서 약하디 약한 우리의 국제경쟁력에 필자는 아주 잠깐 고개를 떨군다. 20년 넘는 세월동안 침몰해 온 한국 포켓볼계 안타까운 현주소를 직면하기 꺼려져서다.
포켓볼은 최근의 ‘글로벌 당구판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는 중심 종목이다. 오랜기간 포켓볼 선수-감독으로 뛴 필자는 그런 포켓볼을 응원한다. 더불어 한국인인 필자는 ‘대한민국만의 포켓볼 메이져대회가 개최되는 그날’을 기리며 멈추지 않고 달려갈 각오를 굳게 다진다.
[글=이완수 인천광역시체육회 당구팀 감독/정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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