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후반기에 흐름을 타는 선수인가 봐요. 그 여세를 몰아….”
2004년생, 올해 20살의 포켓볼선수 김혜림이 작년·올해 모두 전국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며 ‘10월의 반등’을 이뤄냈다. 작년부터 뛴 전국대회 성인부 개인전에선 비록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으나 2년 연속으로, 시즌 중 가장 큰 이벤트로 꼽히는 전국체전서 입상(작년 개인전 3위, 올해 혼복 3위)함으로써 자신의 영광 쟁취는 물론 소속인 대전당구연맹에도 소중한 메달을 선사했다.
김혜림은 이제 11월의 굵직한 국내외 대회를 바라본다. 13~17일 ‘제19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 곧바로 18~24일에는 올해로 57년 전통의 국제 메이저 포켓볼 대회인 ‘제57회 2024 전일본포켓볼선수권대회’(이하 올재팬챔피언십) 출전이 예정돼 있다. 이 기간동안 전국대회 첫 입상, 2년 연속 올재팬챔피언십 입상을 노린다.
이런 김혜림과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당구 종목 경기장인 경남 통영실내체육관 현장에서 만나 그의 근황 및 최근의 심경, 포부 등을 자세히 들어봤다.
▲이번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포켓9볼 혼성복식전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소감은.
=8강전서 강팀인 인천시체육회(최근 전국대회 4연패 팀)를 역전승으로 꺾고 4강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해서 승리의 감동이 더 컸다(김혜림-유승우 대전팀은 8강전 4세트까지 0:4로 패색이 짙었으나, 이를 8:5로 뒤집는 저력을 발휘하며 승리했다. 이어진 4강전에선 우승팀인 전남에 4:8로 졌다).
▲성인부 선수로서 2년차다. 올시즌 자신을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
=(잠시 고민하다가) 60점. 사실 50점밖에 줄 수 없지만, 전국체전서 동메달이라는 큰 성과를 거둬서 10점 상향된 점수를 줬다.
사실, 작년 초부터 성인부 경기를 뛰며 최근까지 심리적인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 등이 계속 누적되자 그렇게 좋던 당구가 재미없어지더라. 그러던 지난 8월, 다행히도 좋은 코치님을 만나게 됐고 당구에 대한 재미를 되찾는 데도 성공했다.
▲선생님이 중국 국적의 ‘동호인 포켓볼 강자’ 안광욱이라고.
=그렇다. 서로 처음 안면을 튼 건, 몇 달전 제가 서울 방배동 재클린포켓볼클럽에 방문했을 때다. 제가 공치는 걸 본 (안)광욱 삼촌이 잠깐 코칭을 해주셨는데 그 단 하루만에 제 공이 매우 좋아지는 경험을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삼촌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배워가고 있다.
(편집자 주=안광욱은 중국 국적의 포켓볼 동호인이며, 재클린포켓볼클럽은 그가 속한 ‘다국적 포켓볼 동호회’인 월드풀라이프의 주 활동무대다. 안 동호인은 재야의 고수로 소문 자자한 이다. 올 2월에는 쟁쟁한 국내 포켓볼 전문선수를 꺾고 ‘2024 제1회 포켓9볼 한국오픈’ 4강에 오른 바 있다)
▲그 후 당구에 대한 재미를 되찾게 된 이유는.
=성인이 된 이후로 선생님 없이 홀로 연습해왔다. 잘해보려고 여러 생각을 해보고, 많은 분께 좋은 조언을 들었지만,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해지기만 해 답답했다. 그런 문제들이 (안)광욱 삼촌을 만난 뒤 꽤 해소됐다. 그러자 공 치는 게 행복해지더라. 그 상태로 두 달여간 즐겁게 연습하다가 이번 전국체전에 나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좋은 결과를 거뒀다. 하하.
▲올시즌 들어 전반적인 인지도가 상승한 것 같은데, 올 8월엔 SOOP 주최 ‘레이디스 나인볼 수퍼리그’ 초청선수 8인에도 들었고.
=감사할 따름이다. 참, ‘레이디스’ 대회 이후로 표정관리에 더 신경 쓰게 됐다. 화면에 비춰진 내 얼굴을 보니 표정관리를 너무 못하더라. 즉, 포커페이스가 안 되더라. 상대에겐 심리적인 빈틈을 보이는 것이잖나. 그래서 이를 개선하려 노력했고, 다행히도 이번 체전에선 표정관리력이 좋아졌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감사한 이들도 많겠다.
=물론이다. 엄마 아빠 큰언니 작은언니 등 우리 가족부터, 무료로 제게 연습공간을 제공해주시는 누비포켓볼 김현환 사장님, 저를 너무나도 아껴주시는 우리 대전당구연맹 분들, 그리고 제가 당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후원사(민테이블, 아담 등)까지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그런 감사한 이들과 자신을 위한 포부를 밝힌다면.
=저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시즌 후반부 들어서면서 기세가 올랐다. 더욱이 최근에는 당구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쌓아가고 있다. 곧 다가올 국내대회(대한체육회자배)와 국제대회(올재팬챔피언십)에서 꼭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고마운 이들을 향해)조만간 사고치는 거 보여려야죠.”
▲작년 올재팬챔피언십 ‘깜짝 3위’ 직후 인터뷰에서 “당구는 남자친구와 같다”고 했다. 지금도 그런가(“어쩔땐 밉고 어쩔땐 너무나도 좋아서 당구와 유사연애 하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그 단계를 조금 지나, 당구가 내 삶에 있어 특별한 존재가 아닌 일상 그 자체가 된 것 같다. 오래된 연인이 된 것 같달까. 하하. 또, 이 길(당구선수의 길)이 맞는지 의심하던 단계도 지나 지금은 좋은 결과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 등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도 승리가 주는 희열감 때문에 선수 못 그만둔다. 하하. 최선을 다해 앞으로 완벽한 선수는 아니더라도 실력·인성 등 다방면서 예쁨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통영=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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