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살 여성 당구선수의 인생을 축약해본다.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접한 포켓볼로 인해 당구에 푹 빠졌다. 이후 역사 깊은 포켓볼 동호회 ‘블랙홀’의 중흥기 시절 회원으로 왕성히 활동했다. 그러다 캐롬으로 종목전환, 당구연맹 선수로 뛰다 22-23시즌부터 LPBA선수로 정식 데뷔한다. 그 와중에 연맹 공인심판도 3년 했다. 당구 유튜버(소지혜 당구TV)이기도 하다. 당구 외적으로는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 올해로 10여년간 대학 강단에 서 왔다.
사연의 주인공은 소지혜다.
이런 그가 7일 밤, 24/25시즌 6차 ‘NH농협카드 LPBA챔피언십’ 16강전을 치러냈다. 상대는 막강한 스롱피아비. 결과는 세트스코어 0:3 패배였다. 그 직후 소지혜와의 인터뷰 테이블을 꾸렸다.
생계 등의 이유로 투잡이 흔한 당구계라지만, 그보다 더 많은 직함으로 살아온 소지혜다. 다재다능한 삶을 살아왔으나, 그 행보는 절대 쉽지 않았을 터. 그 길을 헤쳐나와 현재에 이른 그의 근황이 궁금했다.
인터뷰 초반 그로부터 “소기의 목적인 투어 16강진출은 달성해냈으나, 패배는 역시나 쓰라리다”는 소감을 듣고, 본격적으로 그의 요즘 인생 속으로 뛰어들어가 봤다.
먼저 선수 외적인 일상을 물었다. 그러자 소지혜는 대학강사 일을 잠시 멈춘 상태라고 전했다.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재원인 그는 올해 초반까지 10여년 간 대학 강단에서 한국어 강의를 해왔다. 강의를 멈춘 이유는 새로운 분야인 해외 구매대행 사업을 최근 시작해서다. 4개월 가량 됐다고 한다. 당구 외 모든 정신이 그 사업에 쏠려 있다고.
당구에 관한 일상도 알려줬다. 현재 파주시 파두스캐롬클럽, 양주 두께 당구장에서 플레이어로서 일과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고.
이어 귀띔해준 프로당구 선수로서의 근황이 흥미롭다.
“데뷔시즌(22-23), 차기시즌(23-24) 대비 실력이 상승했다고 판단한 채로 올 시즌(24-25)을 맞았죠. 그러나 앞선 시즌처럼 1차전-2차전 탈락이 이어졌어요. 생각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졌죠. 그러다가 이번 투어에서 16강에 진출했네요. 자신감 상승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이런 근황들을 종합해보면, 최근의 소지혜는 생계와 본업(당구선수) 사이에서 적절한 조율점을 찾는 중이었다. 즉, 다재다능 대신 선택과 집중에 나선 모습으로 보였다. 그 과정속에서 본업에서는 프로 커리어 첫 16강진출로 기운을 얻었고, 생계에서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이런 자신의 속사정을 전한 뒤 소지혜는 “당구, 참 어려운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리곤 그가 당구인으로서 걸어온 길을 잠깐 머릿속에서 더듬더니 “20~30대 청춘을 당구에 다 바쳤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당시와 같은 뜨거운 당구열정을 피우기엔 조금 힘에 부치는 여건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싶다’는 그의 인생 모토를 이루기 위한 열정은 아직도 가득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인생모토 실현을 위한 매개체가 바로 “당구”라고 힘줘 말한다.
선택과 집중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게 되면, ‘잠시멈춤’ 한 대학강의, 유튜브 활동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행보가 궤도에 오르길 기대해 본다.
[일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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