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생, 만 16세 소년이 전국대회 16강으로 향했다. 주인공은 부천상동고부설방통고 1학년 김도현이다.
김도현은 15일 강원도 양구군에서 펼쳐진 ‘제19회 대한체육회장배 2024 전국당구대회’ 32강서 우승후보 중 하나인 김준태(경북체육회)를 40:26(32이닝)로 꺾었다. 191위의 16세 소년선수가, 4위의 ‘빅네임’ 강자를 꺾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동시에 대회 현장이 술렁였다. 지근에서 경기를 박보환 당구연맹 회장은 “소년이 일을 냈다”며 감탄하기도.
그 직후 대회장을 빠져나오던 김도현에게 ‘파란’에 관한 소감을 물었다. 사실 앞서 그가 32강진출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터였다.
이날 낮에 진행한 ’32강진출’ 관련 인터뷰에서 김도현은 “64강서 친한 동생인 양승모를 40:28로이겨 기쁘면서도 복잡한 심정”임을 밝혔다. 그리고 오후에 이어진 ’16강진출’ 인터뷰에서도 기쁜 내색이 커보이진 않았다. “곧 치를 16강전에 집중하는 데만 신경쓸 것”이라며 경기장을 지긋이 바라볼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그의 선수로서의 목표는 ‘성적’ 보다는 ‘태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앞선 인터뷰에서 전한 “실력보다도 예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우선”이라는 목표를 16강진출 이후에도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첫 16강진출이다. ‘빅네임’ 김준태를 제압하기도 했는데, 소감은.
=32강 진출 때 보다는 기쁨의 크기가 조금 크다. (기자=벅차올랐는지?) 그렇진 않다. 이어질 경기에서 잘 하는데만 집중하려고 한다.
▲32강전 승리 후 관중석에서 환호가 들려오던데.
=부천당구연맹 소속 선수들 등 관계자분들이다. (김도현은 32강전 승리 직후 연맹 관계자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V) 표시를 하며 응원에 화답했다)
▲64강전서 친한 동생인 양승모를 꺾고 32강에 진출했다.
=그 때문에 기뻤으나 그 외 여러 감정이 겹쳐 들어왔다. (양)승모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회장에서 자주 마주쳤고, 이따금 서로의 연습장을 오가며 게임 하는 등 교류를 해온 사이였다.
▲이번 대회 포함, 고등학생임에도 성인부(일반부) 경기에 자주 나서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인 지난 2021년도부터 그래왔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선수가 된 계기는.
=큐를 처음 잡은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4구를 거치지 않고 바로 3쿠션부터 시작했다. 아버지(김병수씨) 따라서 당구장에 가 우연히 큐를 잡고 공을 쳐봤는데 어려웠지만, 너무나도 재미있더라. 이후 아버지께 2년여간 공을 배웠는데, 공끼리 부딪히는 소리부터 공들이 퍼져나가는 모습 등 모든 것들이 참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러던 지난 2019년, 아버지께서 선수의 길을 권하셨고 당구에 푹 빠져있던 나는 바로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19년에 경기당구연맹 학생 선수로 등록, 현재까지 경기연맹 선수로 뛰고 있다.
▲선수등록 직후 첫 입상은.
=경기도 일산 자이언트클럽에서 열린 ‘2019년 전국 종별 학생 당구선수권대회’ 초등부 공동3위다. 당시 아버지께서 참 기뻐하셨다. 저는 무척 긴장했던 기억이 더 강렬하게 남아 있다.
▲성인부 경기 중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작년 말 ‘2023 천년의 빛 영광 전국 당구대회’ 64강전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전국대회 최고 성적(64강)이었을뿐더러, TV로만 보던 김행직 선수와 대결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당시 김도현이 21:40으로 패). 저보다 (김행직 선수가)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나셨다. 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더 대단한 선수였다. 혼자 속으로 여러번 감탄했다.
▲올해 6월 ‘앙카라3쿠션월드컵’부터 월드컵대회도 출전하고 있다.
=아버지께서 지원해주신 덕분에 출전할 수 있었다. 설렘 가득한 채로 튀르키예 땅을 밟고 ‘앙카라월드컵’ PPPQ(1차예선)를 치러 1승1패로 마감했다. 처음에는 설렘만 있었지만, 경기에 돌입하자 긴장감이 조금씩 커지더라. 하하.
당시 저의 대회일정이 끝난 뒤, 9일동안 (허)정한 삼촌이 우승을 차지한 결승전까지 대회의 모든 경기를 보며 많이 배웠다. 수확이라면, 존경하던 (허)정한 삼촌과 서로 인사하게 된 사이가 된 점. 하하.
▲연습장은 어디인가. 또 현재 대대점수는.
=경기도 성남 파두스캐롬클럽이다. 최대한 오전 8-9시에 연습장에 나가려고 한다. 대대점수는 35점이다. 연습장에서 40점대로의 진입을 위해 연습장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선수로서의 목표나 각오가 있다면.
=(잠시 생각 후)실력이 좋은 좋겠지만, 그보다 우선 ‘예의바른 선수’로 각인되고 싶다. 성적에 관한 특별한 목표는 설정해보지 않았다. 열심히 하다보면 (성적은)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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