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인데, 우승이 이런 기분이었군요. 좋네요. 하하”
이준호(강원)가 최근 강원도 양구군 청춘체육관에서 펼쳐진 ‘제19회 대한체육회장배 2024 전국당구대회’ 포켓10볼 개인전 남자부 우승을 차지하고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 결승서 그간 상대전적서 열세였던 고태영(경북체육회)을 꺾었다. 그보다 더한 기쁨은 지난 2020년 6월 ‘국토정중앙배’ 이후 무려 4년5개월여만에 전국대회 정상의 맛봤다는 사실이다.
이준호는 우승직후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우승이)너무나도 기뻐 소리 지를뻔했는데 다른 경기들이 진행중이라 꾹 참았다”며 허허 웃는다.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준다. 이번대회에서 사실 정상은커녕 첫 경기서 실격패 당할 뻔했다고 한다. 대회 첫 경기 시작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졌는데(연맹 홈페이지에 하루전 공지), 이를 경기 당일날 아침에서야, 그것도 경기 시작까지 겨우 십여분만을 남긴 상황에서 알게된 것. 화들짝 놀라 숙소에서 부리나케 나온 이준호는 다행히 경기시작 전 대회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것이 액땜이 됐는지 그 후부터는 파죽지세로 우승까지 향했다.
이를 전한 뒤, 이준호는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던 지난 5년간의 세월을 되돌아봤다. 랭킹1위의 영광을 찍고는, 어깨 부상이란 큰 시련을 겪어야 했고, 재기의 희망을 품고 열심히 달려와 지금의 우승을 맛본 것이다.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오랜기간 교제중인 애인(김가영)에게 “네 덕분에 한 우승”이라고 꼭 전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이런 내용들을 이준호와의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오랜만의 우승인데 소감은.
=믿기지 않는다. 지난 9월 ‘제6호 평택 국제 당구 페스티벌’ 일반부 혼성9볼 2위, 지난달 전국체육대회 개인전도 2위라서 홀로 ‘올해는 우승과는 인연이 없는 건가?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은데’라는 생각과 각오를 다졌었는데, 그걸 이번에 이룰 줄은 몰랐다. 감격스럽다.
▲우승은 없었지만 올시즌 성적이 3월 국토정중앙배 3위, 6월 남원 당구대회 2위, 앞서 언급한 평택 대회와 전국체전 2위 등으로 꽤 좋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승세를 타는 중인데 그 비결은.
=올시즌에 앞선 비시즌 때 온 정신을 집중해 연습해온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5년여 전 선수생활 중 가장 좋은 흐름을 타 국내랭킹 1위까지 찍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 어깨 회전근개파열 부상이란 암초가 찾아왔다. 수술이 불가피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던 터라 무척 아쉬웠다. 게다가 수술 후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 경기를 제대로 뛸 수 없었다. 당연하게도 높이 올라던 랭킹이 주르륵 떨어지더라.
이어 1년에 가까운 재활을 마치고 심기일전했다. 그런데 이번엔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마저 파열됐다는 진단을 듣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 때 겪은 일이다. 그때 하늘을 보며 ‘이제 선수를 그만두라는 계시인가’라고 홀로 질문하기도 했다.
한데 시간이 좀 지나자 부상부위가 차차 회복세를 보이더라. 이에 고민하던 수술계획을 철회하고, 곧바로 그간 잃어버렸던 큐 감각을 되찾는 쪽으로 플랜을 변경해 죽자사자 연습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맞은 게 올시즌이다.
▲그럼, 선수 이준호에게 올시즌은 특별한 분기점이겠다.
=그렇다. 반등의 해라고 본다. 다행이며 감사한 일이다.
▲이번 우승직후 생각난 고마운 이들은.
=우선 우리 부모님. 어떤 성적을 거두건 “고생했다”고 해주시는 든든한 응원군이시다. 그리고 강원당구연맹이다. 올해로 10년 가까이 몸담고 있다. 배동천 회장님 등 연맹 관계자분들에게 그간 부족한 저를 (체육회)계약선수로서 전국체전 대표로 뛰도록 해주는 등 지원을 해줘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이준호는 2014년도 ‘제95회 제주도 전국체육대회’부터 강원 대표로 출전)
다음은 (김)가영이다. 사실 우승직후 머릿속에서 가장 크게 떠오른 사람이다. 연인이지만 당구에 관한 특정 부분에서는 내 스승님이기도 하다. 서로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기도 한다. 참 고맙다. 이에 가영이에게 “5년 가까이 오래걸려 얻은 이번 우승은 다 네 덕분이야”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에 가영이가 프로무대에서 11번째 우승을 했잖나. 그걸 보며 내가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면 ‘동반우승’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겠다고 맘먹고 홀로 각오를 다졌는데 그걸 이뤄냈다. 하하. 6년 전 기억이 난다. (김)가영이가 LPBA로 넘어가기 바로 직전 해인 2018년 ‘제99회 전국체육대회’ 때 우리가 동반우승을 이뤄낸 바 있다.
▲마지막으로 시즌 막판의 목표와 조금 이르지만 차기 시즌에 대한 각오를 전한다면.
=일단 곧 다가올 ‘제2회 포켓9볼 한국오픈’ 우승을 바라보려 한다. 그 직후에는 바로 차기시즌대비 동계훈련에 돌입할 것이다. 참, 이번 비시즌 기간 훈련은 4개월 전 제자의 연을 맺은 (송)나경이와 함께한다. 나는 반등을 위해, 이제 스무살인 나경이는 더욱 큰 도약을 위한 담금질의 기간이 될 것이다.
[양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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