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내(오수정 선수)도 곧 좋은 모습 보여줄 겁니다.”
1부 첫 8강진출로 개인 ‘커리어하이’를 찍은 신기웅에게 그 소감을 물었는데, 아내를 향한 응원이 답변의 절반 가까이다.
신기웅은 7일 낮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 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에서 열린 시즌 7차전 ‘하이원리조트 PBA챔피언십 16강서 ‘절친’이자 ‘1부 2회우승’에 빛나는 최원준1을 맞아 풀세트 접전 끝에 3:2(15:8,9:15,15:11,13:15,11:4)로 승리했다.
그 직후 본지와의 전화통화 인터뷰에서 신기웅은 서두의 멘트를 수차례 강조했다. 첫 8강진출에 대한 기쁜 감정은 아주 잠깐 동안에만 표출했다.
한편, 신기웅은 개인통산 2번째 1부투어인 이번 24-25시즌 초중반부 1~4차전에선 연속 첫판탈락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중후반부인 5차전 16강, 6차전 32강 진출로 자신감을 얻었고, 이번 7차전 ‘커리어하이 달성’으로 자신감의 크기를 더 키워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승세를 아내와 함께 타고 싶다”면서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처럼 ‘사랑꾼’ 면모를 감추지 않은 신기웅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공개한다.
▲첫 1부 8강진출인데, 소감은.
=행복하다. 128강전 조차 승리가 매우 어려운 1부 투어에서 최종 8인으로 생존해 기쁘다. 그간 동호인 출신이기 때문에 전문선수들과의 경기가 큰 부담이 됐었다. 멘탈도 빠르게 무너졌다. 올시즌 1~4차전이 그러했다. 이를 사이그너와의 5차전 128강전 승리로서 조금 덜어냈고, 이번 7차전에선 커리어하이를 찍어 자신감이 커지게 됐다.
▲16강전 상대인 최원준은 동호인 시절부터 친한 사이로 알려졌는데.
=그렇다. (최원준을)칭찬 하자면, 매너가 참 좋은 선수다. 그래서 대결이 확정되자마자 ‘내 공을 칠 수 있겠구나’ 또 ‘져도 기꺼이 축하해줄 수 있겠다’ 등의 생각이 들었다.
▲16강전 4세트 막판에 13:4→13:15 대역전 당해 해당 세트를 내줬다.
=사실 4세트에서 한참 앞서나갔을 때, 형(최원준)이 경기를 포기한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그 세트를 내준 뒤 멘탈을 다시 잡는 데 꽤 애를 먹었다. 하하.
▲이런 힘든 과정 끝에 커리어하이(1부 8강)를 찍었다. 누구보다 아내(오수정)가 기뻐할 것 같은데.
=그렇다. 우리 아내도 이런 높은 자리에서 함께 했으면 행복감이 더 컸을텐데. 요즘 (아내의 경기를 보면)멘탈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공이 약해진 건 아니다. 그러니 곧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 5월, 부부가 함께 강원도 원주에 ‘오수정캐롬클럽’을 오픈해 운영중이다. 지금은 아내가 클럽을 지키고 있다고.
=아내는 물론 이길수 프로, 박승희 프로 등 믿음직한 여럿이 함께 클럽을 보고 있다.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이곳(강원도 정선군 대회지)에서 경기할 수 있는 것이다. (신기웅에 따르면, 부부가 운영하는 클럽과 대회장과는 120km, 차로 1시간30분 걸리는 꽤 먼 거리이기 때문에 클럽에서 대회장으로 매일 오가기 힘들다고.)
▲아내에게 전할 말이 더 있다면.
=원주로 이사와 구장을 차린 건 우리 부부의 선수생활 유지 차원이기도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로 인해 저보다 선수인 아내가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최근에 (아내가 64강 시드권을 잃어) PPQ 대진 선수가 됐는데, 혹여 주눅이 들진 않았을까 싶어 걱정되기도 한다. 눈물이 날 정도로. 하지만 우리 아내는 곧 각성할 것이다. 믿는다. 혹여 있을지 모를 염려를 지우고 재미있게 공을 쳤으면 좋겠다.
▲지난해 12월, 드림투어 4차전 우승당시 인터뷰에서 “인대파열 부상 회복중”이라고 알렸다. 지금은?
=아직도 회복중이다. 80%까지 회복된 상태다. 이제 재활이 남았다. 그간 인대 파열 후 깁스를 차 근력이 떨어졌던 왼쪽 다리의 근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첫 8강전 상대가 ‘스페인 강호’ 사파타다. 각오는.
=나는 한국선수와의 경기 보다는, 외국 선수와의 경기에서 승부욕이 더 끌어오른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다만, 경기에서 중요한 건 제 심리상태다. 멘탈을 꽉 붙잡고 있다보면, 제 아무리 대단한 상대라도 실수를 해 내게 기회가 몇 번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그 부분을 파고들기 위해서 온 집중력을 다 쏟아 나만의 ‘리드미컬하고 파워풀한 당구’를 펼쳐내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한 번 반짝이 아닌 차기 시즌에도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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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