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 “5연속 우승 비결? 없다, 노력과 운으로… 훈련서? 공의 원리 찾기에 집중” [시즌7차 LPBA 우승 기자회견]

9일 자정 넘는 시간, 김가영이 시즌7차 ‘하이원리조트 LPBA챔피언십’ 결승서 승리, ‘시즌 5번째-통산 12회-5개 투어 연속’ 우승이란 프로당구 최초의 금자탑을 세웠다. 관련된 소감을 결승전 직후 기자회견서 꽤 긴 시간동안 진솔하게 풀어냈다.

 

 

◆ 우승 소감은.
= 경기 중반부에 다소 위태위태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우승해서 기쁘다. 그동안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다. 부담을 계속 느끼면서 경기하다 보니 부담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졌다. 결승전 초반부에 집중을 잘했는데, 중반부터 해이해진 건 다소 아쉽다. 실수한 뒤 집중력이 다소 떨어졌다. 그래도 점점 발전하고 있는 거 같아서 만족할 만한 투어였다.

◆ 5연속 우승의 비결은 무엇인지.
= 운이 좋았다.(웃음)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이렇게까지 연속으로 우승할 수 있는 비결 같은 것은 없다. 위기도 굉장히 많았다. 물 흐르듯이 5연속 우승한 게 아니다. 내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순간도 있겠지만 운도 분명히 있었다.

◆ 5번 우승 과정의 가장 큰 고비는.
= 고비가 정말 많았다. 하나만 꼽으려고 하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세트스코어에 밀리기도 했고, 컨디션이 나쁘거나 테이블 파악이 더디었던 적도 있다. 5차 투어(휴온스 LPBA 챔피언십) 4강 스롱 피아비 선수와 대결이 정말 어려웠다. 0-2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번 투어서는 다른 투어보다 테이블이 길어서(공이 길게 굴러서)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김가영이 ‘하이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2024’ 결승전서 우승 직후 환호하고 있다.

 

◆ 5연속 우승 시기 계속 같은 큐를 사용했는지.
= 다섯 대회에서 큐를 3번 바꿨다. 이번 투어서는 큐 브랜드도 바꿨다. 큐를 교체하는 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새로운 큐를 한 번 써보고 싶었다.(웃음) 지금 쓰는 큐는 포켓볼 선수 시절 2~3년 정도 썼던 브랜드다. 대략적인 큐의 성질은 알고 있다. 같은 브랜드 큐를 두 자루 가지고 있어서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한 큐 브랜드로 오랫동안 경기해왔다. 모든 큐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5년 정도 같은 큐를 사용했고, 내게 더 잘 맞는 큐가 있을까 궁금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이런 시도가 잘못된 시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 지금 바꿔보지 않는다면 언제 바꿔보겠냐 싶었다. 이 큐가 잘 맞는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분명 장단점이 있다. 큐에 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다. 이런 고민을 해보고 싶어서 바꾸기도 했다.

◆ 훈련 방식은 주로 어떻게 하는지.
= 공의 원리를 찾는 데 집중한다. 기본기를 다지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공의 원리와 기본기는 다르다. 공의 구름 같은 것을 연구한다. 연습 경기보다는 훈련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한다. 연습 경기를 통해 공을 보는 눈은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훈련량이 떨어지면 눈에 보인다고 해서 그 공을 칠 수는 없다. 경기에 굶주리게 하려는 복안도 있다. 경기를 많이 소화하면 경기에 젖는다. 연습을 많이 하다가 경기를 한 번씩 소화하면 한 경기, 한 경기에 더 집중한다. 결국 개인의 성향과 특성에 맞춰서 연습하는 게 맞다.

◆ 김가영 선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당구 스승’은 누구인지.
=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사람들에게 배워왔다. 먼저 하나카드 동료들을 먼저 꼽겠다. 평소 동호인과 경기하지는 않는다. 선수들과 연습하는 편이다. 드림투어(2부) 소속의 제 친구인 차경회 선수도 정말 많은 도움을 준다. 차경회 선수가 팀 동료들보다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지는 않더라도 내게 가감 없이 조언해 준다. 무라트 나지 초클루 선수나 신정주 선수는 나를 정말 잘 챙겨준다. “개인투어는 잘하면서 팀리그는 못한다”고 장난도 친다. 자극을 받으면서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 남자부인 PBA에 도전할 의지는 없나.
= (단호하게) 전혀 없다. PBA 선수들과 경쟁할 수준이 안된다. 내가 PBA에서 뛰는 것은 물을 흐리는 셈이다. PBA서는 애버리지 1.5 이상 기록할 수 있는 선수들이 경쟁한다. 이제 1.2, 1.3 기록하는 선수가 그들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행여나 애버리지 1.5를 기록한다면 물을 흐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김가영(왼쪽)이 ‘하이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결승전서 우승 직후 김보미(오른쪽)를 격려하고 있다

 

◆ 2023-24시즌 월드 챔피언십 결승서 만난 김보미와 이번에 만난 김보미가 달라진 점은.
= 중요할 때 실수하는 게 줄었다. 초반에 내가 치고 나가서 어려웠을 텐데 0-3까지 밀려도 집중력을 잃지 않더라. 이전보다 침착하게 경기하는 게 좋았다. 물론 결승전 한 경기만 놓고 선수를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김보미 선수가 오랜만에 결승에 올라오기도 했다. 결승전까지 올라오면서 나와 함께 라운드 애버리지 1, 2등을 다투더라. 팀리그에서도 잘하고 있다. 요주의 인물이고, 정말 예쁜 후배다.

◆ 앞으로의 목표는.
= 3쿠션을 시작할 때는 목표 애버리지 1.0이었다. 당시 여자 선수 중 1점대 애버리지인 선수가 없었다. 점차 애버리지 1.2까지 목표를 높였다. 할 수 있는 곳까지 열심히 달려보는 거다. 가끔은 목표가 너무 낮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애버리지 2.0 같은 수치는 너무 터무니없지 않나. 앞선 질문서 내게 남은 시간이 적다고 말한 것도 고삐를 당기기 위한 자기 암시다.

 

[정선=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사진=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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