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치러진 2024-25시즌 LPBA 5차전. 우승자인 김가영의 LPBA 사상 최초의 개인 10승 대기록 달성 못잖게 준우승자인 권발해가 ‘스무살 원석’에서 ‘보석’으로 세공되는 과정이 크게 화제가 됐다.
권발해는 그간 가능성 큰 선수로 평가됐으나 딱 한 차례의 16강진출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성적이 없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깜짝 준우승’으로 권발해는 개인 커리어하이를 찍는 한편, ‘LPBA 사상 최연소(20년 3개월 16일) 준우승자’ 타이틀도 갖게 됐다. 종전 최연소 준우승자는 용현지다. 20년 5개월 24일의 나이로 준우승(20-21시즌 2차)을 차지한 바 있다.
권발해는 이렇게 데뷔 3시즌만에 큰 성장을 이뤄냈다. 시즌 개막 직전에는 팀리그 선수(에스와이)로 선발되는 영광까지 누렸다. 이런 성장세에 그의 스승인 배병준씨가 길잡이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와의 인터뷰, 준우승 당시 공식 기자회견 등에서 권발해가 밝힌 내용이다.
배병준씨는 대구당구연맹 부회장을 역임한 지역 베테랑 당구인이다. 권발해와는 LPBA 데뷔 반년 전부터 사제의 연을 맺어 현재까지도 기술은 물론 멘탈적인 면에서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런 스승과 사제가 최근 지역에서 열린 동호인 당구대축제, ‘제11회 대구캐롬연합회장배 국제식 3C대회’ 현장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현장에서 두 사람을 위한 인터뷰 테이블을 꾸렸다. 스승은 최근 제자의 맹활약으로 더할나위 없이 기쁘다고 했고,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고마워하며 당구선수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배병준, 이하 배)자신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또한 권발해 선수와의 인연은 언제 어떻게 맺어졌나.
=대구 지역에서 40년 넘게 당구를 쳐온 사람이다. 당구연맹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대구캐롬연합회 소속이다.
(권)발해를 처음 본 건 제가 공치러 다니던 구장(상인동 크로스당구장)에서다. 신체조건이 좋고, 샷을 보니 조금만 가다듬으면 크게 성장할 것 같더라. 다만 당시에는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그런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발해가 아버지와 함께 내게 찾아와 지도를 부탁했고, 그 길로 사제의 연을 맺게 됐다. 발해가 LPBA 선수로 데뷔하기 6개월전 일 것다.
▲(→배)당시 제자에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기본기다. 자세, 스트로크 등을 중점적으로 지도했다. 당구는 결국 승부의 끝에 가면 기본기 싸움이라고 본다.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가 이길 수 있다. 득점을 위한 스킬 등은 자연스럽게 시간 지나면 알게 된다.
▲(→권발해, 이하 권)당시의 가르침이 성장에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지금도 그 가르침들이 머릿속에 메아리처럼 울린다. 하하. 뿐만 아니라 선생님은 저의 모든 경기들을 모니터링 해 개선점을 알려주시곤 한다. 또 투어 일정을 마치고 대구로 와 연습장에서 지도를 받고 있다. (권발해는 대구 달서구 상인동 소재 프라임당구장을 연습장 삼고 스승과 함께 기량을 갈고 닦고 있다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배)제자에게 LPBA행을 적극 권장했다고.
=그렇다. 어차피 선수로 뛸 것이라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프로의 세계에 가 경험하는 것이 선수로서 나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한데, 프로데뷔 초창기에는 (발해가)많이 울었다. 성적지 좋지 않아 속상했었나보더라. (권발해=KTX타고 일산에서 대구까지 오는 동안 계속 울었다.)
▲(→권)프로데뷔 후 적응이 만만치 않았다고 들었다. 이에 스승님에게 심적으로 많이 의지했다는데.
=앞서 밝힌대로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조언을 해주신다. 그 점에서 심적으로 크게 의지가 된다. 선생님이라기 보다는 거의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가끔 혼내시기도 하는데, 화를 내시는 게 아니라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과 보완을 요하는 지적이다.
▲(→배)그런 과정을 거친 제자가 최근 실력이 꽤 성장한 점이 보인다고.
=예전에는 그날 감각에만 의지해 득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머릿속에 득점을 위한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팁을 조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경기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더라. 공을 알고 친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보니 경기 내용이 훨씬 좋아졌다.
▲(→배)그럼 최근 강조하는 부분은.
=예나 지금이나 기본이다. 특히 3쿠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께다. 이를 위해선 큐가 곱게 나가야 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그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권)이런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하나.
=선생님이 그렇다면 그런거다. 하하.
▲(→배)제자에게 올시즌은 선수로서 큰 반등을 맞은 시즌이 되고 있다.
=그렇다. 팀리그 선수가 되고, 개인투어 결승전에도 올라보고, 또 월드챔피언십도 바라보고 있는데 축하하고 대견스럽다. 3개월 전 결승전 당시에는 직접 현장에 가 발해를 응원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 올라간 것 만으로도 칭찬해줄만하다. 그런데 그날 결승전 직후 발해가 저를 보자 왈칵 눈물을 흘리더라. (권발해=결승전을 맞아 극도로 긴장했던 마음이 선생님을 보자 확 풀려버려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배)이처럼 대견한 제자의 올시즌을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70~80점 두고 싶다. 기대 이상으로 참 잘 해낸 시즌이다.
▲(→권)그럼 권발해 선수는 자신의 올시즌 평점을 몇 점 주고 싶나.
=100점 만점에 60점? 70점? 선수라면 누구든 완벽하게 만족하는 시즌은 없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배)끝으로 서로에게 한마디씩 부탁한다. 먼저 선생님이 제자에게.
=잘하는 선수도 좋지만, 인성 좋은 선수가 되길 바란다. 이 말을 수차례 해왔으니 발해도 그 뜻을 잘 알 것이다.
▲(→권)스승님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말씀하신대로 인성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대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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