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구 80점이 대대 30점과 대결하는 곳”… ‘4구 100점’ 당구장 女사장님이 이끄는 서울 중랑구 동호회

입문자-하점자들이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는 서울 중랑구 키노당구장 거점 동호회. 그 덕분에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려 공 치는 동호회로 소문이 나 서울은 물론 경기 구리 하남 등 지역 사람들도 동호회에 가입해 서울 중랑구로 오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취재 당시 번개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이 큐를 들고 기념촬영 중인 모습.

 

 

서울 중랑구 키노당구클럽 거점 동호회

()고인물들 급속도로 유입중

총회원 180여명, 실활동 숫자도 180여명

365일 번개매일 새벽 3시 넘어까지

기존 유저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고 이로 인해 신규 유저의 유입이 줄어드는 현상, 인터넷상에서는 이를 ‘고인물화’라고 일컫는다. 당구동호회가 이 고인물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진입장벽이 낮다고 할 수 없다. 입문자나 하점자들이 제대로 공 칠만한 모임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 가운데, 최근 서울 중랑구 소재 ‘키노당구장’을 아지트 삼은 당구동호회에 ‘비(非)고인물’들이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어 주목된다. 실 활동회원 수가 180여명에 달하며, 그들 중 상당수가 입문자 또는 하점자다.

고점자 중심으로 게임이 편중되는 일도 없다. 하·고점차, 남녀노소 구분 없이 게임 매칭된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된 지 8개월째다. 이에 맛 들인 회원들로 인해 테이블 7개(대대 1, 중대 6) 규모의 키노당구장은 매일 새벽 3~4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평일 20여명, 주말 40여명의 회원이 구장을 찾는다고 한다.

 

키노당구장 클럽주이자 동호회 방장인 마지혜(사진)씨. 당구에 푹 빠져 본업도 축소한 채 당구에 많은 시간을 쏟아붙고 있다고 했다.

 

‘취미와 친목’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클럽과 동호회를 운영 중이라는 마지혜(37)씨는 자신을 “4구 100점의 초보”라고 소개한다. 큐를 제대로 잡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는단다. 그런 그가 당구장을 차리게 된 배경은 이렇다.

“몇 년 전 아버지께서 건강상의 이슈가 생기셔서 제가 있는 서울로 오시게 됐어요. 그리곤 부녀가 즐길 취미를 물색하다 아버지의 평소 취미였던 당구를 선택, 함께 치게 됐죠. 한데 제가 아버지보다 당구에 더 빠지게 됐지 뭐에요. 그래서 지난해 6월, 이곳(키노당구장)을 인수하게 이르렀어요.”

동호회 개설 비하인드도 들려줬다. 당구장 오픈 한달여 전인 지난해 5월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점자인 마 씨(당시 4구 80점 이하)와 아버지(4구 150점)가 함께 공칠 이들을 물색하고자 온라인 플랫폼(당근, 카카오톡) 내 당구모임방을 열었는데, 그간 당구가 고팠으나 마땅한 지역 모임이 없어 입맛만 다시던 이들이 해당 모임방으로 러쉬, 자연스럽게 동호회 형태로 발전된 것이다.

당근 내 ‘동네생활’ 검색창, 카카오톡 ‘오픈채팅’ 검색창서 ‘중랑구 당구’를 치면, 검색결과 최상단에 키노당구장 동호회 모임방이 뜬다. 현시점(7일기준) 회원수는 당근 187명, 카카오톡 180명으로, 해당 플랫폼 내 당구모임 중에서는 최대급 규모다. 회비는 0원이다. 다만, 하루 정액비 1만3000원을 받는다.

 

소외되는 회원 제로(0)방침

480대대20한팀’-‘대결

사실, 마 씨는 IT 분야(UX) 강사라는 10년 넘은 본업이 있다. 한데 당구에 깊이 빠져버린 그는 정규직에서 주 2회 출근하는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클럽을 운영(오후 2시~새벽)하고, 동호회 방장까지 겸하려는 의지가 커져 이 같이 다소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마 씨는 설명한다.

 

왼쪽부터 동호회 부방장인 대대27점 정유철씨, 마지혜 방장, 취재 당시 현장을 방문해 후원품을 전달한 전국당구동호인연합회 이찬휴 회장.

 

이런 그를 ‘부방장’ 정유철(41, 대대27점)씨가 동호회 운영 측면에서 여러모로 돕고 있다. “소외되는 회원 제로(0)화”란 ‘방장’의 운영방침을 지침 삼아 하·고점자가 한데 어울릴 수 있는 팀배틀-10대10 매치-승부치기 등 게임방식을 고안해 적용중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60년의 세월을 초월해 테이블에서 한데 어울리고 있어요. 4구 80점 치는 여고생들이 3쿠션 10점 중반대 60대 남성과, 대대 2점이 30점대 고수들과 대결하거나 팀을 이루기도 하는 곳이 바로 저희 동호회입니다.”

 

67세 회원 최진섭(좌)씨와 21세 회원 송영인씨.

 

관련해 ‘67세’ 최진섭씨는 “나이 관계없이 당구를 즐기는 분위기가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면서 “동호회 초창기부터 활동해 현재 7개월차인데, 대대 10점에서 현재 17점으로 급상승했다”며 껄껄 웃는다. 매일 새벽 1시까지 당구 삼매경에 빠진다고.

‘21세’ 송영인씨는 취재 당시 동호회 2개월차였다. 최 씨에게 공을 배우기도 한다는 그의 당구실력은 4구 150점이었다. 동호회 내에서는 삼촌뻘 형님들의 귀여움을 받는 존재라고.

 

34세 여성회원 임지민씨.

 

‘34세’ 여성 회원인 임지민(34)씨. 4개월 전 완전 초보자인 상태로 동호회에 가입해 현재는 4구 80점을 즐기고 있다. 공치러 거주지인 서울 송파구에서 중랑구까지 오가는 중이라고. 임씨 뿐만 아니라 서울 광진-강남, 경기 구리-하남 등 중랑구 외 지역 회원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전당연, 키노당구장 방문해 용품후원

공식 동호회명 아직 미정,

비공식적으로 디혜와 짝대기들

당시 취재 현장에 전국당구동호인연합회 이찬휴 회장이 방문, 후원품으로 당구용품을 전달했다. 이어 “순수하게 모임을 즐기는, 생활체육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를 보여주고 있는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게임 전 매칭된 상대와 마주보고 선 동호회 회원들.

 

한편, 취재당시 키노당구장 거점 동호회는 아직 공식 명칭이 없었다. 운영진 사이에서는 비공식적으로 ‘디혜(마지혜 사장의 별칭)와 짝대기들’로 내정돼 있을 뿐이었다. 회원간의 화합 그 자체에 큰 의의를 두고 있으며, 대회 참가가 주 목적이 아닌 동호회인 만큼 동호회 타이틀은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닌 듯 했다. 이는 회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소속 동호회 명을 물으니 다들 ‘중랑구 당구모임’으로 칭할 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순수하게 공 치는 재미에 빠져 소외된 이 하나 없는 동호회, 어쩌면 현실에 존재하기 힘들 동호회를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방장과 부방장의 의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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