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딸과 한 몸으로 뛴 이보람(평택), 만삭 투혼… 개인 2개·부부 3개 메달 감동 [경기도민체전-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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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불과 보름 앞둔 임신부인 이보람(사진) 선수가 ‘제71회 경기도민체육대회 2025 가평’ 대회 포켓볼 종목에 평택시 여자대표로 출전, 메달 두 개를 목에 걸어 현자의 감동을 자아냈다.

 

 

출산 보름앞, 뱃속 딸 로또와 메달 2

출산을 불과 보름 앞둔 임신부가 ‘제71회 경기도민체육대회 2025 가평’이라는 큰 무대에서 메달 두 개를 목에 걸어 이목을 끌었다. 그 표현만으로도 감동을 부르는 ‘만삭 투혼’의 주인공은 평택시의 포켓볼 여자선수, 이보람이다.

이보람은 오는 27일 셋째 딸을 출산할 예정이다. 뱃속의 딸에게는 ‘로또’라는 태명을 지어줬다. 그 아이와 한 몸이 돼 이번 대회에 나선 이보람은 대회 1부 10볼 부문에서 은메달, 9볼 부문에서 동메달을 각각 획득, 올해 경기도민체전 당구대회 현장의 감동을 자아냈다.

 

경기 중 진통 오면큐 놓을 뻔

단순한 출전이 아닌 도전에 가까웠다. 제왕절개 예정이 잡힌 상황에서 혹여 경기 중 진통이 시작되면 곧바로 기권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주치의는 “절대 무리하지 말고, 상대 선수 경기만 구경하다 오라”고 신신당부했고, 가족들 또한 한마음으로 말렸다. 특히 어머니와 언니의 걱정이 컸다.

 

경기중인 이보람 선수. 사진=경기도당구연맹

 

곁을 지킨 남편, 주종목 바꿔 아내와 함께

하지만 이보람의 곁에는 든든한 한 사람이 있었다. 4살 연하의 남편, 박지송씨다. 자신의 주종목 대신 포켓볼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아내의 곁을 지켰다.

캐롬을 주종목으로 삼아 PBA 트라이아웃까지 도전했던 박지송 씨는 이번 대회만큼은 취미로 해오던 포켓볼 종목으로 전향해 선수등록을 마쳤다. 이유는 단 하나, 임신한 아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9볼 혼합복식 경기에 한팀으로 출전했고, 남편 또한 남자 9볼 부문에서 값진 메달(동메달) 하나를 목에 걸었다.

이로써 부부가 함께 합작한 메달은 총 3개. 숫자보다도, 같은 종목 선수로 합심해 함께한 시간으로 인해 더 값졌던 결과였다.

물론 경기 내내 불편함이 작지 않았다. 이보람은 “큐볼이 가운데에 있으면 배가 불러 엎드릴 수가 없었어요”라고 회상했다. 다수의 샷에서 보조도구를 써야 했고, 이를 위해 심판은 기꺼이 보조에 나섰고, 상대 선수들은 흔쾌히 도구를 테이블 옆에 세워주는 배려를 보였다. 이에 이보람은 “정말 감사한 순간들이었다”고 말한다.

 

이보람-박지송 부부. 남편인 박 씨는 자신의 주종목 대신 포켓볼을 택하며 이 대회에 출전했다. 이유는 단 하나, 아내를 가까이에서 보살피려고. 오래전 ‘썸’ 타던 당시 현 남편인 박씨의 권유로 도민체전 선수의 길을 알게된 이보람씨는 지난 2015년부터 거의 매해 경기도민체육대회 당구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며 역사를 써가고 있다.

 

서로 타던 시절, 도민체전 인연 시작

한편, 아내인 이보람씨를 도민체전의 길로 인도한 이가 바로 남편 박지송씨다. 두 사람이 소위 ‘썸’을 타던 지난 2015년, 박 씨는 여자친구였던 이보람에게 도민체전을 소개했다. 그해를 시작으로 이보람은 거의 매년 도민체전 대표선수로 나서며 자신과 지역을 위한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전문선수가 아닌 동호인 신분의 선수임에도 불구, 작년에도 동메달을 따냈다.

이제 부부는 두 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6살, 4살인 첫째와 둘째 딸은 곧 태어날 셋째 ‘로또’의 언니들이다. “아이들도 막내 동생을 엄마 아빠만큼이나 기다리고 있어요.” 부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뱃속 아이에게 남긴 말.

“엄마가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해. 하지만 건강하게만 나와다오, 우리 딸.”

 

[가평=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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