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있었지만 상대는 없었다… 프로데뷔전 놓친 박정현 “기대했기에 더 아쉽, 다시 준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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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바라본 채 잠시 생각에 잠긴 박정현. 지난 15일 오후, ‘우리금융캐피탈 LPBA챔피언십’ PPQ라운드. 박정현의 프로 데뷔 무대가 될 예정이던 경기는 상대 선수의 무단 불참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많이 아쉬워요.”

심판이 ‘기권승’을 선언한 순간, 박정현은 허공을 잠시 응시하더니 큐를 조용히 챙겨 들었다. 마치 무대를 앞두고 리허설만 마친 배우처럼, 그녀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긴장과 설렘으로 준비한 하루가 그렇게 공중에 붕 뜬 채 흘러갔다.

지난 15일 오후, ‘우리금융캐피탈 LPBA챔피언십’ PPQ라운드. 박정현의 프로 데뷔 무대가 될 예정이던 경기는 상대 선수의 무단 불참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선언은 ‘기권승’이었지만, 실전은 없었다. 첫 경기를 기다려온 박정현 본인은 물론, 응원하던 김가영 등 지인들과 팬들의 기대 역시 허공으로 흩어졌다.

“경기장 오는 길에도 많이 떨렸어요. ‘이제 내가 프로로서 첫 경기를 치르는구나’ 하는 각오로 준비했는데… 막상 경기가 없으니까 마음이 좀 허해지더라고요.”

 

상대의 무단 불참으로 실전 데뷔전이 무산된 박정현이 조용히 일어나 자신의 큐를 정리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얼굴에서는 진한 허탈감이 느껴진다.

 

말은 담담했지만, 그 속엔 여운이 길게 맴돌고 있었다. 설렘을 쏟아부을 자리를 하루아침에 잃은 마음은, 차라리 한 번 지고 나왔을 때보다 더 허전한 듯했다.

하지만 박정현은 지난 한 달간, 그날을 위해 천천히 몸과 마음을 정비해 왔다. 미디어데이 이후, 그는 ‘프로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날마다 다시 쓰는 중이었다. 낯선 장비와 환경, 긴장이라는 새 감각에 적응하는 일부터가 출발이었다.

“PBA 공인 테이블-라사지가 깔린 구장을 일부러 찾아다녔어요. 기본기를 다시 다듬고, 환경부터 익숙하게 만들려고 했죠. 일부러 과도한 변화를 주진 않았어요. 뱅크샷 같은 부분도 무리해서 준비하지 않았고요. 제 루틴을 먼저 단단히 굳히고 싶었어요.”

연습이 익숙해질 즈음, 그는 한 사람을 찾았다. 포켓볼 시절의 스승이자 지금은 LPBA 간판스타인 김가영이었다. 직접 연습장을 찾아가 하루를 함께 보낸 박정현은, 그날의 조언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

“혹자들은 ‘김가영처럼 쳐라’고 말해요. 그런데 정작 김가영 선수님은 저에게 ‘누굴 따라하지 말고, 너 자신을 먼저 알아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장점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요. 그 말이 큰 울림이 됐어요.”

15일 당일, 경기장까지 오는 길마저 긴장의 연속이었다. 인천 영종도에서 고양시 PBA전용구장까지 자동차로 40분 거리. 창밖 낯선 풍경 하나하나가 긴장감을 덧입히며 가슴을 조여왔다. 아마추어 연맹 시절과는 또 다른 공간, 또 다른 시간. 그 새로움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무대는 미뤄졌다.

그러나 박정현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게, 다음을 준비할 여유를 얻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지금의 그는 무대를 아직 밟지 못한 신인이라기보다,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 마음을 덧대고 있는 예비 선수에 가깝다.

 

프로무대로 이적한 직후 한솥밥을 먹게 된 ‘하림’ 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속팀 마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박정현.

 

프로무대 이적과 동시에 소속되게 된 팀리그 ‘하림’ 팀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아직 낯설지만, 따뜻해요. 스카치 연습을 하며 팀원들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어요. 특히 (LPBA 선배이자 팀 동료)김상아 선수께서 먼저 다가와 말 걸어주신 덕분에 많이 편해졌어요.”

이 말을 끝으로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타격 없이, 초크 가루 한 톨 조차 묻지 않은 큐를 챙겨들고는 이날 일산 현장에 직접 응원하러 온 그의 일행 품으로 향해갔다.

새 출발의 각오를, 새로 다져야만 하는 박정현이다. 그의 첫 실전 경기는 16일 오후 2시 45분, ‘우리금융캐피탈 LPBA챔피언십 2025’ PQ, 김보름과의 맞대결로 예정됐다.

 

[일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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