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데 지장 없었다”… ‘월드컵 챔프’ 쩐득민, 왜 다시 PBA 택했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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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득민(Trần Đức Minh), 그가 17일 밤 11시, ‘우리금융캐피탈 PBA챔피언십 2025’ 128강전을 통해 3년 만의 복귀전을 치른다. 그에 앞서, 올시즌 개막전 현장에서 그와 만나 PBA 복귀 계기와 소감을 들어봤다.

 

 

쩐득민(Trần Đức Minh), 그가 다시 PBA 무대 위에 섰다. 지난 2021-22시즌 이후 3년여 만의 복귀다.

그의 복귀전으로부터 수시간 앞선 지난 17일 오후, 2025-26시즌 프로당구 개막전 현장인 경기 고양시 PBA전용스타디움에서 쩐득민과 만나 ‘PBA 컴백’ 계기와 소감을 들어봤다.

인터뷰 테이블에 앉은 그는, 과거 프로당구 무대에서의 실패를 삼켜 성장한 선수였다. 그리고 ‘가장’이자 ‘승부사’였다.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쩐득민. 아마추어 시절, 고국인 베트남의 호치민에서 열린 3쿠션월드컵 우승이 자신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선사했으며, 그것이 올시즌 프로무대로의 컴백에 있어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됐다고 했다.

 

알려진대로, 쩐득민은 이미 한 차례 PBA를 경험했다. 하지만 그때의 도전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최고성적 32강. 그러자 그는 조용히 프로의 세계를 떠났다.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다시 갈고닦기 위해 아마추어 무대로 향했다.

그렇게 다시 피워낸 당구에 대한 열정은 2024년 5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빵 터져나왔다. 자국에서 열린 3쿠션 월드컵 결승. 그가 꺾은 상대는 다름 아닌 한국의 김준태였다.

생애 첫 월드컵 우승. 그리고 전리품은 세계캐롬연맹(UMB) 랭킹 20위권 진입. 다시 자신감을 찾은 순간이었다.

“그 우승은 제게 ‘내가 다시 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을 줬어요. 아마추어로 세계 대회를 돌며 경험을 쌓았고, 세계랭킹 상위권에 오르면서 가능성을 느꼈죠.”

자신의 가능성을 믿게 된 쩐득민은 마침내 결심했다. 프로의 문을 다시 두드리기로. 그리고 올여름, 2025-26시즌 PBA 개막을 앞두고 공식 복귀하기에 이른다.

 

고양시 일산 PBA전용구장 내 조형물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쩐득민.

 

우선등록선수로 프로무대로 복귀하게 된 그는, 동시에 팀리그 신생팀 ‘하림’의 유니폼도 입게 됐다. 헌데, 공교롭게도 지난해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었던 김준태가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1년전 그때는 맞상대였지만, 이번엔 한 팀에서 같은 목표를 향하게 된다.

“김준태 선수는 예전부터 자주 봐 안면이 있는 사이였어요.”라고 운을 뗀 쩐득민은, 이어 팀 동료들과의 관계를 하나씩 설명해나갔다.

“프엉린은 고국 선수라 든든하고요. 김영원 선수는 의정부 당구장에서 봤던 인연이 있죠. 단지, 박정현 김영원 김상아 정보윤 등 여성 팀원들과는 친해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겁니다.”

그러면서 “아직 낯선 점도 많지만, 팀이란 안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참 좋다”는 쩐득민이다.

 

복귀하자마자 쩐득민이 새로이 몸담게 된 팀리그 신생팀 하림. 동시에 여러 동료가 생겼고, 친화의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고국 동료인 프엉린은 물론, 김준태와 김영원 등과는 안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쩐득민은 인터뷰에 이어진 사진촬영 현장에서 팀동료 김영원을 만났다.

 

어색한 기류가 거의 느껴지지 않던 쩐득민과 김영원. 만나자마자 서로를 안고 선전을 기원했다.

 

한편, 그의 고국인 베트남에서 쩐득민은 손에 꼽히는 정상급 선수라고 했다. 자국 대회에서 쩐꾸엣찌엔, 바오프엉빈 등 국제 아마무대에서도 유명한 몇몇과 함께 거의 입상권에 이름을 올린다고.

이런 베트남 내 톱랭커들은 “생계를 이어나가는 데 큰 지장은 없다”고 했다. 그 대열에 포함되는 선수였던 쩐득민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과거에 쓴맛을 본 프로무대에 또 한 번 도전하고 싶었다”고 프로무대 복귀 이유를 밝혔다.

즉, 단순한 귀환이 아닌, 자존감 고취와 설욕을 위한 복귀였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한 그의 곁엔, 늘 묵묵히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다.

그는 특히 아내가 “항상 제 결정을 존중해준다”면서, “내가 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두 아이를 베트남에서 잘 돌봐주고 있다. 아내에게는 항상 고맙고… 또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아주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이어 아이들을 떠올렸다. 큰딸은 (한국으로 치면)고3,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해줘요. 제 경기도 빼놓지 않고 다 챙겨본답니다.” 말끝에 번진 미소는 승부사의 얼굴을 잠시 내려놓은 아빠의 얼굴이었다.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한국의 프로당구 관계자분들, 그리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나아가 세계 곳곳에서 베트남 선수들과 PBA를, 그리고 3쿠션이란 종목 자체를 지켜보는 팬들이 계시죠. 그런 팬들이 있기에 더 잘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후 수시간이 흘러, 17일 밤 11시. 쩐득민은 ‘우리금융캐피탈 PBA챔피언십 2025’ 128강전을 통해 3년 만의 복귀전을 치첬다. 그의 상대는 주시윤. 

이 대결에 임하는 그의 각오는 이러했다. “오늘 경기를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선수로서 평생 갖춰온 이 자세를 이번에도 품고, 의미깊은 복귀전에 ‘보통의 자신’처럼 모든 것을 쏟아넣겠다는 것이었다.

 

인터뷰 후 우승컵 앞에서 각오를 새로 다지며 ‘엄지 척’ 포즈를 취하고 있는 쩐득민.

 

그 필사의 각오 때문일까. 쩐득민은 직전 시즌 랭킹 33위의 실력자인 주시윤에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두며 복귀 후 첫 경기부터 승리를 신고한다.

이제 64강으로 향하는 그가, 귀환 직후부터 어떤 서사를 써내려갈지 지켜볼 일이다.

 

[일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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