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가비는 없었고, 상금은 기부됐다. 심판은 재능기부로 힘이 됐다.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어울림’ 당구대회는 연대와 배려, 그리고 스포츠의 본질을 다시 떠올리게 한 하루였다.

참가비도, 상금도 ‘기부’… 진짜 어울림
지난 6월 21일, ‘제27회 부산광역시 장애인생활체육대축전 당구대회’가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황형범 당구아카데미’에서 개최됐다.
‘남녀 통합 어울림 3쿠션 32강 스카치 복식’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팀을 이뤄 출전한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참가자 전원에게 참가비를 받지 않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치러졌다.
통상 1인당 3만 원 수준의 참가비로 운영비와 상금을 충당하는 일반적인 관행과 달리, 본 대회는 부산시장애인체육회의 기금, 부산시장애인당구협회 유진웅 협회장, 한택주 선수위원장, 고유신 사무구장 등의 기부금, 그리고 프로당구선수 황형범의 협찬이 더해져 모든 재원이 자발적인 후원으로 마련됐다.

심판도 재능기부… 구포국수로 따뜻한 마무리
경기운영과 심판 역시 ‘재능기부’로 힘을 보탰다. 대한장애인당구협회 소속 오홍열 심판과 박성욱 심판이 자발적으로 심판진을 맡아 대회의 공정성과 품격을 높였다.
대회를 마친 모든 참가자들에게는 부산 지역 특산품인 구포국수가 참가상으로 제공돼, 승패를 떠나 따뜻한 기억을 남겼다.

김헌태–강미경, 우승 상금 전액 기부
치열한 경합 끝에 최종 우승은 김헌태–강미경 조가 차지했다.
두 선수는 우승 상금 전액을 “부산시장애인당구선수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했고, 그 결정은 대회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초등학생 맞아?” 황형범 선수 아들 활약
공동 3위를 차지한 황재윤 선수는 초등학교 5학년생으로, 프로선수 황형범의 아들이다. 또래를 찾기 힘든 환경 속에서도 어른 못지않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황재윤 군은 최근 열린 PBA 개막전 시상식서 ‘웰컴톱랭킹’ 상의 주인공인 아버지 황형범과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황 군은 지난 3월에는 부산당구연맹 평가전에서 당시 전국랭킹 8위의 김민석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현장을 술렁케 했다. 게다가 그 대회는 그의 공식대회 데뷔전으로, 당사자인 황 군 보다도 아버지인 황형범이 더 크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부산 장애인당구 재도약 신호탄”… 유진웅 협회장 포부
올해 새롭게 부산시장애인당구협회장에 취임한 유진웅 협회장은 “이번 대회가 부산 장애인 당구의 재도약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며 “오는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45회 전국장애인체전에서도 부산팀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장 포토]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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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장애인당구협회 김미애 심판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