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만큼은 당구가 사람을, 섬 도시를 움직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구가 있었다.
‘2025 제1회 서귀포시 칠십리배 전국3쿠션 동호인당구대회’가 지난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서귀포 월드컵리조트에서 열렸다. 제주 땅에서, 전국 당구대회의 첫 페이지가 드디어 열린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750여 명의 동호인들 틈에서, 우선 서귀포시 동호인 한희자 씨가 여자부 우승을 차지하고, 무한당구장 소속 진정숙 씨는 여자 중 유일하게 본선 16강에 진출했다.
남자부 결승 무대에는 제주당구클럽(JBC) 소속 동호인 두 사람이 결승에 올라 김승훈 동호인이 승리했다.
이런 결과들을 종합하면, 개최지인 제주도민들이 도에서 처음 쓰여진 전국무대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셈.

경기장은 열기로 뜨거웠고, 도심은 그 열기를 고스란히 품었다. 당구라는 생활스포츠가 지역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이번 대회가 남긴 큰 메시지였다. 이는 내년도에도 전국 당구인들의 열기를 이곳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느낄 가능성을 드높였다.
역사적 개회식, 도 정계-체육계 인사들 “내년에도”
28일 오후, 메인 경기장인 범섬홀에서 열린 개회식에는 오승문 서귀포시장, 강상수·강하영 도의원, 신진성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장 등 지역 정계와 체육계 주요 인사들이 함께하며, 생활체육대회로서는 이례적인 위상을 증명했다.
전효훈 서귀포 월드컵리조트 대표이사, 백승철 제주아이비타허니 대표 등 민간 후원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철 전 제주도당구연맹 회장(초대 서귀포시당구연맹 회장)을 비롯해, 이찬휴 전국당구동호인연합회장, 방기송 큐스포츠 대표, 이병규 빌플렉스 대표, 김기웅 대구당구연맹 전무, 임성용 경북당구연맹 수석부회장 등 당구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도의 첫 축제를 축하해줬다.
강치삼 서귀포시당구연맹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구는 큐와 공을 다루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전략과 집중력, 그리고 상대에 대한 존중이 함께하는 스포츠입니다. 매일 연습하며 당구를 아껴주는 여러분이야말로 이 대회의 진짜 주인공입니다.”

이를 이어받아 신진성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장은 “생활체육은 단지 이기고 지는 승패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배려와 존중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오순문 서귀포시장은 “이제 막 첫발을 뗀 1회 대회지만, 반드시 전국 최고의 대회로 키워야 한다”고 시정 수장으로서의 진지한 의견을 전한 뒤, “전 당구 점수가 제주도 식으론 50점, 서울에서는 120~150점 분들도 많다고 하더군요.”라며 대회장의 분위기를 풀어냈다.

이어 강상수 도의원은 “강치삼 회장과는 친구(중학교 동창 간) 사이”라면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도 차원의 예산 지원도 더 적극적으로 논의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과 다짐을 동시에 남겼다.
이날 개회식엔 전효훈 서귀포 월드컵리조트 대표이사, 백승철 제주아이비타허니 대표를 비롯한 지역 민간 후원자들도 참석해 지역 생활스포츠의 힘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보였다.
당구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찬휴 전국당구동호인연합회장, 방기송 큐스포츠 대표, 이병규 빌플렉스 대표, 김기웅 대구당구연맹 전무, 임성용 경북당구연맹 수석부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귀포의 이름으로 처음 놓인 전국대회의 큐는 그날 메인 스타디움인 범섬홀을 가로질러, “10년 전만해도 대대구장이 귀했다”던, 이 지역 생활체육 당구계의 다음 10년을 위한 싹을 틔게 했다.
한편, 이날 개회식에서 서귀포시당구연맹은 지역 당구발전 등에 기여한 공로로, 연맹 강동윤 부회장에게는 표창패(시상 오순문 시장), 전 연맹 회장인 김철 도 당구연맹 회장에게는 공로패(시상 강치삼 회장)를 각각 전달했다.


도 최초 여성부 전국대회, 한희자씨 깜짝 우승
대회 첫 날인 27일, 제주 최초의 전국 단위 여성부 3쿠션 대회가 범섬홀에서 열렸다.
이날, 서귀포시당구연맹 회장의 배우자이자 생활체육 볼링 선수 출신인 한희자 씨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32강부터 결승까지 전 경기 완주. 결승전에서는 김지원(DBCC, 핸디 17점) 동호인을 꺾고 당당히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공동 3위에는 김혜진(승부), 심혜선(울산 살롱) 동호인이 올랐다. 우승 직후 외손자 김이찬 군을 안고 입맞춤을 건네는 장면은 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본대회에서 빛난 도민… 진정숙 씨와 JBC의 결승전
우승은 750명 뚫고 지역 동호인 김승훈씨
대회 둘째 날부터 시작된 본대회(남여 구분 없는) 본선 16강 토너먼트에서는 제주도민들의 이름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진정숙(무한당구장)씨는 여자부 8강에 이어 전체 본선 토너먼트에서도 여성으로 유일하게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박수를 받았다.
진 씨는 4년 전 당구에 입문했으며, 3쿠션으로 시작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코로나 시기, 멈춘 밴드 활동 대신 당구를 택했다. “노래 대신 큐를 든 것뿐이에요. 당구를 치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평소엔 서귀포에서 한식 전문 ‘팡팡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스코어보드 닉네임은 제주 방언으로 사탕을 뜻하는 ‘동구리’.
32강전에서는 핸디 27점의 강자를 꺾고 본선 16강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한편, 남자부 결승 무대에선 제주당구클럽(JBC) 소속 두 명의 선수가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이번 대회를 사실상 ‘지역 동호인의 잔치’로 마무리짓게 했다.
그 끝에 우승의 영광은 김승훈 동호인이 거머쥐며, 상금 800만원과 함께 420만 원 상당의 고급 당구큐(휴브리스 큐)를 부상으로 받았다.

준우승은 안명석 동호인은 상금 300만 원과 큐(350만 원 상당)를 수령했다.
공동 3위는 이장규(홍대 VIP), 정은배(경남 KNB) 동호인으로, 각 150만 원이 수여됐다.
강치삼 회장이 “대회 첫날 소름 돋았다“던 이유
폐막 직후, 강치삼 회장은 이렇게 총평했다.
“예산 확보부터 후원 유치, 현장 운영까지 모든 게 지역 당구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이뤄졌습니다. 축구와 야구가 중심인 제주에서, 당구가 생활체육 종목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섰다. 섬이라는 한계를 넘어, 연대와 자부심이 이어진 생활체육의 기적. 서귀포는 이제, ‘전국대회를 품은 도시’로 새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강치삼 회장의 폐회식 직전의 의식은 대회 첫날, 첫큐로 향했다.
“대회 첫 공이 테이블을 흐르는 순간, 우리 도에서, 그리고 우리 시 서귀포시에서 전국대회가 마침내 열린다는 사실에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현장 포토]
[서귀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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