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 깨고, 히다 앞에서 흘린 6년 전 눈물도 지웠다… 김보라, 프로 첫 4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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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생각났어요. 펑펑 울었던 날” 

김보라(39)가 마침내 벽을 넘었다. 2025-26시즌 프로당구 시즌 2차전 ‘하나카드 LPBA챔피언십’ 8강전서 애버리지 1.571의 훌륭한 경기력을 뽐내며, ‘일본 레전드’ 히다 오리에(SK렌터카)를 세트스코어 3:0(11:0, 11:7, 11:5)으로 완파하고,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4강 무대를 밟는다.

이번 준결승 단순한 기록 그 이상이다. “징크스 아닌 징크스”라고 스스로 말하던 세 가지의 벽 ‘방송경기 무승’, ‘친구 응원 시 패배’, ‘8강 문턱’의 반복된 좌절, 그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김보라는 “환경이 아니라, 결국 내가 약했던 것”이라며 자책 섞인 회상을 하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드디어 그 모든 걸 깨부쉈다”고 말하며 홀가분해했다.

특히 히다 오리에를 꺾은 순간은 감회가 깊었다. “2019년 미국 버호벤 오픈에서 히다 언니에게 지고 엉엉 울었어요. 경기 지고 운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오늘 이기고 나니까 그 기억이 스치듯 떠오르더라고요.” 김보라로서는 그 ‘눈물’로부터의 기억을 6년이나 품었으나 오늘(4일) 비로소 ‘웃음’으로 덮은 셈이다.

 

루틴을 지키고, 감정을 덜고

이번 성과는 단지 ‘운’이 아니었다. 김보라는 비시즌 동안 강도 높은 변화를 시도했다. 주 2회였던 기능성 운동 대신, 5~6일의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병행하면서 신체와 큐를 동시에 담금질했다. “게임 수도 많아졌고, 감각도 그 어느 때보다 좋았어요. 하지만 중간에 다녀온 유럽 여행이 폼을 조금 흐트러뜨리긴 했죠.”

스스로 “처참했다”고 했던 개막전에서의 부진한 애버리지(0.567)는 그 여파인듯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균형을 되찾았다. “실수를 너무 자책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마음 편히 공을 쳤더니 오히려 잘 되더라고요.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구나 싶었죠.”

그날 이후, 김보라는 경기 중 감정을 덜어내는 법을 익혔다. 무엇보다 그는 이제 공을 즐겁게 친다고 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다움이 무엇인지, 자신만의 당구가 어떤 모습인지 조금은 알게 된 듯했다.

그 중심엔 ‘루틴’이 있다. 숙면, 훈련, 그리고 자신감. “잘 자고, 열심히 연습한 나를 믿고 치는 거죠. 그게 이번 대회에선 아주 잘 지켜졌어요.” 평온한 말투로 김보라는 자신의 전환점을 설명했다.

 

하노이에선 남편과, 이제는 혼자의 힘으로

직전 2024-25시즌 하노이 오픈에서 8강진출의 좋은 기억이 있는 김보라. 당시에도 좋은 루틴을 유지했던 김보라는, 그때를 “남편의 철저한 통제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회상했다. 그런데 이번엔 혼자의 힘으로 당시의 좋은 상태를 찾아 유지중인 것이다.

한편, 김보의 남편은 회사원이다. 최근 자격증 시험 준비에, 게다가 대학원 공부까지 쉴 틈 없이 지낸다고 한다. “저도 남편처럼 열심히 살고 싶어요.” 이어 그는 가족의 기도와 응원도 잊지 않는다. “부모님이 많이 기도해주시고, 교회 목사님들도 응원해 주세요. 감사할 따름이죠.”

 

“저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당구선수입니다”

당구 관련 유튜브 콘텐츠에 자주 얼굴을 비친 그에게, 주변 시선도 따랐다. 하지만 김보라는 명확히 선을 긋는다. “저는 인플루언서가 아니고, 당구선수입니다.”

“그 영상들은 게스트로 출연한 거예요. 당구와 무관했거나 악영향 줄 수 있는 콘텐츠였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겁니다.” 관련해 그는 작년 하노이오픈 직전에 유튜브 개인채널 계약 직전까지 갔으나, 대회 전념을 이유로 보류했고, 좋은 성과 이후에는 완전히 고사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선수는 한눈 팔면 안 됩니다. 고시생처럼 살아야 해요.”

 

5일, 그 어느때보다 자신다움으로 상승세를 탄 김보라는 이제 최지민과 4강전을 치른다. 각오는 이러했다.

“(개인적인 친분을 떠나)선수로선 낯선 상대라… 하지만 루틴을 지키면서 순간순간을 즐기며 집중하려고 합니다. 나 다움으로”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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