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켓볼 전설이 본 ‘헤이볼 열풍’… 나아가 종목 유소년 급성장 중국, 기대받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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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볼 열풍이 세계 당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종주국 중국은 물론 한국까지, 변화의 파장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그 흐름을 현 ‘포켓볼의 전설’ 켈리 피셔(사진)와의 인터뷰, 본지의 취재를 종합해 복합적으로 들여다본다. 조이빌리아드의 헤이볼 테이블을 가리키는 켈리 피셔. 사진=켈리 피셔 SNS서 발췌

 

 

[이상연의 브레이크타임] 헤이볼 열풍이 세계 당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종주국인 중국은 물론 인접 국가인 한국까지, 변화의 파장은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본지는 이 흐름을 스누커 챔피언 출신이자 현 ‘포켓볼의 전설’ 켈리 피셔와의 인터뷰 및 현지를 직접 다녀온 이들과의 취재 등의 내용을 종합해 복합적으로 조망한다.

 

“헤이볼을 둘러싼 열풍이 거세져 국제 당구계가 활성화되고 있다.”
(“The buzz around Heyball is huge and is boosting the Billiard’s world.”)

지난 5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조이컵 헤이볼 마스터즈–그랜드 파이널’ 직후, 켈리 피셔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그의 말은 단순한 찬사에 그치지 않았다. 세계 당구계가 마주한 시대적 신호를 상징하는 발언처럼 들렸다.

많은 국내외 당구인들이 알고 있듯, 헤이볼은 이미 독자적인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포켓볼, 스누커, 3쿠션과는 결이 다른 또 하나의 중심축이 국제 당구계에 뚜렷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피셔는 이러한 흐름에 고개를 끄덕이며, 시류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 게임(헤이볼)을 더 배우고 싶고, 가능한 많은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만약 내가 20대였다면, 진지하게 (헤이볼 선수로서의 길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발언도 덧붙였다.

이러한 그의 말에는, 직접 경험한 헤이볼의 새로움과 잠재력에 대한 인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피셔는 청두 대회를 회상하며 “경기장의 시설, 방송 중계 시스템, 관중 반응, 그리고 후원까지 기존 포켓볼 대회와는 차원이 달랐다”고 평가했다.

참고로 ‘조이컵 헤이볼 마스터즈–그랜드 파이널’의 우승 상금은 무려 10억 원에 달했다. 참가국 수는 96개국에 이르렀으며, 대회의 국제적 규모는 상당했다. 사실상 당구를 즐기는 대부분의 나라가 출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왕중왕전 격인 파이널 대회가 지닌 특수성이 이러한 규모에 작용했지만, 중국 현지에 정통한 국내 당구인들에 따르면 “그 외 시즌 투어들도 결코 뒤지지 않는 파급력을 지닌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 대회’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한 해에 20억 번 선수도 있다”

“당구 유망주들, 이젠 스누커 대신 헤이볼 큐”

“중국 당구클럽에서 열리는 대회조차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우리로선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이는 중국 현지 헤이볼 대회를 꾸준히 찾아가고 있는 박용준(전남당구연맹)의 증언이다.

박용준은 이어 “조이 공식 대회가 아니더라도, 우승상금이 5천만 원에서 1억 원에 달하는 대회가 매달 10개 이상 열린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었다. “메이저 대회 입상권 선수들의 수입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실제로 한 선수가 시즌 동안 1,056만 위안(약 20억8천만 원)을 획득한 사례도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기반 역시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박용준은 “중국에서는 학부모들이 아이 손에 (기존 중국의 강세 종목이던) 스누커 큐 대신 헤이볼 큐를 쥐어준다. ‘헤이볼만 잘 쳐도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헤이볼은 막대한 자본과 함께 빠른 세대 수혈까지 이뤄내며 종목의 생명력을 공고히 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각지로 뿌리내리는 헤이볼

‘자본이 만든 거대한 새 당구 무대’는 헤이볼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문장이다. 이 판을 주도하는 조이빌리아드(중국의 헤이볼 총괄 주체)는 오래전부터 전방위적 투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리고 지금은 이를 더욱 세분화해 추진 중이다.

조이빌리아드는 2023년 12월, WPA(세계포켓볼협회)와 6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헤이볼 세계선수권, 주니어선수권, 대륙별 오픈, 그리고 2026년 월드컵 개최가 포함됐다.

이 같은 자본과 조직의 힘을 토대로, 헤이볼은 글로벌 무대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올해인 2025년도의 최근만 보더라도 그 흐름은 뚜렷하다.

6월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제2회 WPA 헤이볼 U19 세계선수권’에는 20개국 56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같은 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치러진 ‘JOY & Liber Win Cup 헤이볼 인터내셔널 오픈’은 총상금 5만 달러(우승 1만5천 달러)의 규모로 진행됐다.

이러한 대회들은 헤이볼이 이미 세계 곳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도 그 변화의 영향권 안에 놓인 상태였다.

지난 5월 청두 현장을 참관한 한국 당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이빌리아드 측은 한국을 헤이볼 보급의 핵심 타깃 국가로 점찍었으며, 한국 선수들의 실력에 큰 호감을 갖고 있다. 특히 여자 포켓볼 선수들은 현지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당구연맹 측 한 인사는 “조이 측의 한국 당구계에 대한 문의가 수시로 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헤이볼은 이제 ‘신생’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낸 지 오래다. 현 시점에서는 ‘글로벌 당구계에 형성된 굵은 물줄기’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 흐름은 이제 한국 당구계로도 밀물처럼 스며들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우리 당구계는 어떤 응답을 내놓게 될까.

그 답이 궁금하다.

 

[글=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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