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26시즌, 프로당구 2부 드림투어에는 가능성을 지닌 신예들이 유입됐다. 프로당구협회 사무국에 따르면, 올 시즌에는 이제 고교 1학년 나이에 불과한 2009년생 선수들이 4명이나 등장했다. 박지상(2009년 2월생), 한민준(2009년 3월생), 최율(2009년 10월생), 그리고 정민(2009년 11월생)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모두 최근 진행된 올시즌 드림투어 개막전을 치렀고, 그 중 유일하게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주목을 끈 인물이 있다. 바로 정민이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 15세의 어린 나이로 프로당구 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신예 정민은, 이날 경기를 통해 당구계에 강한 인상을 남기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프로 데뷔전 승리, 같은날 256강서는 패
정민의 첫 경기는 지난 12일 열린 드림투어 512강전 박광구와의 대결이었다. 이 경기서 그는 30:19(28이닝)로 승리, 프로당구 선수로서 첫 승리를 거뒀다.
이에 대해 그는 “경기 직후에는 내색을 못 했지만,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부모님이 많이 기뻐하셨고, 할머니와 함께 경기장에 있었어요. 아버지는 다른 일정으로 경기장에 올 수 없었지만, 기쁜 소식을 전해드렸죠.”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첫 승리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같은 날 이어진 256강에서 오영제와 맞붙은 정민은 19:30으로 아쉽게 패배의 순간을 맞이했다.
“저의 프로커리어 첫 패배는 정말 아쉬웠어요. 놓친 공들이나 실수들이 너무 아깝고, 무엇보다 나의 부족한 점들이 더 많이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단 하루만에 희비를 교차했던 프로 데뷔생 정민.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를 하루에 느낀 그는 그러나 이제 시작점에 선 어린 선수다. 가장 마지막 감정이 아쉬움이었지만, 그보다 희망의 감정이 더 진하게 그를 감싸고 있다.
이제 그의 선수로서의 출발선보다 더 앞서, 그가 처음 큐를 잡게 된 순간으로 기억을 이동해 봤다.
아버지 따라 당구, 고교진학 대신 ‘선수의 큐’
정민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당구장을 다니며 당구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큐를 잡게 된 정민은 중학교 1학년 때, 당구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와 함께 3개월 이상의 긴 심사숙고의 기간을 거친 뒤, 고교진학 대신 당구를 택하기로 한다.
“학업과 당구 사이에서 고민은 있었지만, 당구에 대한 열정이 더 컸습니다. 이런 결정에 앞서서 아버지께서는 아들의 뜻을 존중해 주시면서 ‘(지원을)다 해줄 테니 후회하지 말라’고 하셨죠. 시간이 조금 흐른 저는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그로부터 정민은 당구에 미친 듯이 몰두했다. 그 과정에서 그의 주 무대는 동호인대회였다.
정민은 인천 남구 메인당구클럽을 거점으로 삼는 ‘해밀’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당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동호회 활동은 거의 아버지와 함께했어요. 입상도 했죠. 한 지역 클럽 대회에서 아버지와 함께 단체전에 출전, 처음으로 우승의 맛을 봤을 때가 지금도 기억에 선해요. 그때 정말 즐거웠고, 행복한 순간이었죠.”
이처럼 동호회에서의 경험은 정민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며, 대회 출전 경험이 그를 더욱 성장하게 만들었다.
정민은 또한 연수동 ‘킹 빌리어즈 브레통’클럽을 연습장 삼아, 꾸준히 자신의 큐를 담금질해왔다. 그 열정의 끝에, 그는 이번 2025-26시즌부터 드림투어 선수로서 프로당구 커리어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프로 첫 발을 내딛은 정민, “올시즌엔 최고 32강을”
이렇게 프로선수가 된 정민. 올시즌 목표는 분명했다. “64강, 그리고 나아가 32강에 진입하는 것”이었다.
이를 지향점 삼아, 열심히 노력중인 그는 자신의 대대점수를 “32점”이라고 귀띔했다. 이 실력을 두고 주변에서는 “나이에 비해 꽤 높은 수준”이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정민의 생각은 그것과 달랐다.
“부족해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장점으로 가끔 되돌려치기 옆돌리기 등의 성공확률이 좋다는 얘기를 들어요.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모든 부분에서 아직 한참 모자란 선수입니다.”
마르티네스·조재호와의 맞대결을 꿈꾸다
정민은 모든 드림투어 선수들이 그렇듯, 1부로의 승격을 염원한다. 그것을 이뤄낸 행복한 상황을 가장한 뒤에 맞붙고 싶은 선수를 묻자, “마르티네스. 조재호 선수”를 언급한다. 안정적이면서도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보며 큰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저도 언젠가는 그들과 같은 무대에서… 큐를 겨룬 뒤에는 그 선수들의 훈련법 등을 듣고 싶어요. 번호도 교환하고 싶고요. 하하.”
20여분의 인터뷰 끝자락에, 다소 식상하지만 유망주들에게는 자주 묻는 그 질문을 던졌다. ‘당신에게 당구란 어떤 존재인가’였다. 이에 그는 “아직도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라면서도, “저의 선택을 존중해주신 부모님을 위해 의무감을 갖추고 대하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나이에 비해 성숙한 생각으로 정신을 단단히 무장한 티가 제대로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그리고는 아래의 말을 덧붙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겠습니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제 선택에 대한 책임감까지 더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처럼 이제 만 15세의 어린 프로당구 신입생은, 자신의 꿈을 향해 성숙한 자세로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런 그가 앞으로 이룰 성과들을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혹시 모른다. ‘포스트 김영원’이 돼 프로당구 무대를 호령할지도.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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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