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볼 결승 그 후] ① ‘2년 만의 메달’ 이종민… ‘허니문 베이비’가 준 힘-가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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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에서의 준우승이 마지막 전국대회 메달이었던 이종민(사진). 그가 지난 16일 열린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 포켓10볼 결승전에 오르며, 다시 도약대를 힘차게 밟았다. 그 직후 인터뷰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는 이종민.

 

 

[편집자 주] ‘2025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 포켓볼 남녀 개인전 결승전에 오른 세 명의 선수. 우승자인 임윤미와 권호준, 그리고 준우승자인 이종민까지. 모두 각자의 우승의 문턱에서 장시간 멈췄던 시간이 있었다. 이번 결승은, 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반등의 순간이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남긴다. ‘포켓볼 결승 그 후’는, 첫 번째 주인공은 올해 2월 새신랑이 되면서 거의 동시에 ‘작은 생명’을 품고, 2년전에 이어 남원에서 다시 도약대를 힘차게 밟은 이종민이다.

 

2년 전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 포켓볼 남자부 개인전에서의 준우승이 마지막 메달이었다. 그리고 2025년 7월, 같은 무대 위(포켓10볼 결승전)에서 이종민(경남)은 다시 결승에 섰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1:9 패배. 이번에도 정상은 아니었지만, 준우승이라는 결과는 오랜 갈증을 단번에 씻어내는 값진 성취였다.

“우승을 못해서 아쉬운 건 맞아요. 하지만, 작년엔 메달이 하나도 없었고(2024 전국체전에선 혼복전 동메달), 올해 이번 대회 결승에 오르며 메달을 따내 만족합니다. 그간 (전국대회 입상이 없어)참 답답했는데, 오늘(16일) 혈이 뚫린 것처럼 마음이 후련합니다.”

이종민은 메달을 손끝으로 건드리며 치열했던 결승전의 현장인 테이블을 바라봤고,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이야기는 곧 아내로 옮겨간다.

올해 2월 15일, 이종민(34)은 유수현(28)씨와 결혼했다. 2019년, 이종민이 당구 유학으로, 유수현씨가 워킹홀리데이로 각각 대만에 머물던 시절, 두 사람은 한인 커뮤니티를 통해 처음 만났다. 선수로서 사회인으로서 모두 힘들었던 시기, 유수현씨는 곁에서 늘 든든한 응원과 버팀목이 돼줬다. 이후 국내로 돌아온 두 사람은 장거리 연애와 동거를 거쳐 올해 결혼에 골인했고, 작년 전국체전 시상식장에서는 유수현씨가 ‘예비신랑’에게 몰래 준비한 꽃다발을 건네며 잔잔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체전 입상 당시 이종민은 “삶도, 선수로서의 전진도 다 그녀(현재의 아내) 덕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믿음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더 깊은 확신이 담겨 있었다.

 

올해 2월 15일, 이종민(34)은 유수현(28, 좌)씨와 결혼했다. 그로부터 자신의 인생과 당구선수로서의 삶이 모두 반등세를 탔다는 이종민이다. 그리고 결혼과 거의 동시에 두 사람에게는 ‘작은 생명’이 찾아왔다고 한다.

 

복덩이 ‘작은 생명’, 가장의 책임감

“모든 큐마다 가족의 얼굴을 실어”

이어 새로 생긴 가족의 이야기도 꺼냈다.

“결혼하고 나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가족이 더 많아졌잖아요. 아버님(장인어른)은 제 모든 경기를 다 찾아보시기도 하세요. 오늘의 메달은 이렇게 저를 응원해주는 가족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이 순간, 이종민의 표정은 ‘선수’에서 ‘가장’의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더 특별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부부의 사랑의 결실로 ‘작은 생명’이 찾아온 것이다. 결혼 6개월 차, 작은 생명의 잉태도 6개월 차였다.

“신혼여행 다녀온 다음 달 초쯤 병원에 갔는데, 아기집이 보인다고 했어요. 정말 깜짝 놀랐고, 그 때문에 책임감도 더 강해졌습니다. 시간을 더 쪼개 연습했고, 경기 중에도 아내와 아이 생각을 하면서 조금 더 차분해졌어요.”

그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튼튼이’라 불렀다. “성별이 나오기 전에 이름을 정했는데, 진짜 아프지 말고 건강하기만을 바라면서 지은 태명이에요. 그런데 성별이 딸이더라고요. 하하. 건강하길 바라는 간절함은 같아요.”

그러면서 이종민은 “이번 메달이 아이와 아내에게 좋은 선물이 된 것 같아 더욱 기쁘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 내내 “가족을 생각하며 큐를 내질렀다”는 이종민.

 

이종민의 무관(無冠)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2012년에 선수 등록을 했지만 저는 전국대회 우승이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당구를 1년 반 정도 관두기도 했고… 30살이 되어 대만에서 선수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하면서 개인전 성적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작년에는 개인전 성적이 멈췄지만, 이번 입상으로 다시 힘을 내야죠”라고 각오를 밝혔다.

2025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 포켓10볼 결승에서 2년 만에 다시 입상의 기쁨을 안은 이종민.

그의 이번 준우승은 메달 이상의 가치를 안겼다. ‘선수’이자 ‘가장’, 그리고 곧 태어날 ‘작은 생명’을 품은 아빠로서 얻은 성취였기 때문이다. 이종민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다음은 시리즈 ②편, 임윤미의 이야기다. 24년차 베테랑의 첫 남원 우승. 우승보다 가족이 먼저 떠오른 그 순간을 전한다.

 

[남원=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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