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등이 너무 힘들었어요”… 서서아, 3년 연속 국제무대 우승 뒤 흘린 ‘눈물’과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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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아(전남·세계랭킹 7위)가 지난 18일 오후 4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5 프레데터-PBC 인도네시아 인터내셔널 10볼 오픈’ 여자부 결승에서 장무얀(중국·139위)을 세트스코어 2: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감격에 겨워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사진=유튜브 ‘Pro Billiard TV’ 중계화면 캡쳐

 

 

서서아는 미소와 눈물 사이에 서 있었다.

트로피를 들고 시상대에 선 서서아(전남·세계랭킹 7위)는 환하게 웃었고,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8일 오후 4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5 프레데터-PBC 인도네시아 인터내셔널 10볼 오픈’ 여자부 결승에서 장무얀(중국·139위)을 세트스코어 2: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직후였다.

마지막 샷이 포켓으로 빨려 들어간 순간, 경직돼 있던 서서아의 얼굴이 비로소 풀렸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큐를 높이 들어 올렸고, 터진 환희 속에서도 눈가엔 물기가 맺혀 있었다. 한동안 눌러 두었던 그 감정은, 시상대에 올라서는 순간 다시금 북받쳐 오른 것이다.

잠시 뒤,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서서아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짧고 힘 있게 외쳤다.

“우와, 우승했어요.”

환호를 품은 이 말 뒤, 진심 어린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3년 연속 국제대회 정상에 오른 뒤, 시상대에서 눈시울이 붉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음은 서서아와의 일문일답이다.

 

시상식 후 주최측과의 기념촬영서 트로피와 메달을 들고 환호하는 세리머니를 하며 활짝 웃고 있는 서서아. 사진=프레데어 프로 빌리아드 시리즈 페이스북

 

▲축하한다. 먼저 소감은. 

=”고생했다.” 나 자신에게 그 말밖에 안 나왔어요. 사실 전체적인 컨디션이 별로였어요. 해외를 계속 다니면서 질 때가 많았는데, 그러면서 ‘내가 잘하고 있나?’ 회의감도 들고… 이번 대회도 진짜 많이 고민했어요. 남원 대회를 포기해도 되나, 컨디션이 이래도 인도네시아로 가야 하나 등을요. 근데 결국 ‘그래, 도전하자’고 멘탈을 붙들었어요. 그러니까 컨디션이 조금씩 돌아오더라고요. 그래서 우승하고 나니, 그냥 ‘고생했다’는 말밖에 안 나왔어요. 1등하는 게 정말 너무 힘들더라고요.”

 

▲결승전을 돌아본다면. 

=냉정하게, 경험으로 버텼어요. 작년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했던 경험이 있기에, 그것을 예방주사 삼아서 결승전 끝까지 버티어 내는 힘을 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번 대회에 혼복전 파트너로 함께 한 카를로 비야도(필리핀) 선수의 조언도 집중력을 만들어 내는 데 큰 힘이 됐죠.

 

▲세계챔피언 출신 파트너, 비야도의 조언은.

=제가 이 선수와 혼복전을 치르면서 실수를 많이 했어요. 주변에서 저희를 ‘최강 조합’ 등으로 평가했음에도 예선에서 탈락했죠. 그 와중에도 비야도 선수는 나에게 ‘Part of the game’이라고, 즉 실수는 경기의 일부일 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을 계속 해주셨어요. 그 말이 결승전 내내 마음속에 남더라고요. 그 밖에도 수비 타이밍, 판의 흐름 읽는 법 등의 조언까지 모든 것이 개인전에서의 집중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됐어요.

 

▲준결승에서는 센테노와 또 만났는데.  

=체츠카 센테노(필리핀·9위) 선수와 맞붙었던 그 경기가 이번 우승 과정에서 가장 큰 고비이자 분수령이었어요.(서서아는 지난해 말 아시아선수권 8강에서 센테노에게 패한 바 있다.)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치는 선수 중 하나잖아요. 당구 센스가 정말 뛰어난 친구예요. 우리나라의 조명우 선수처럼, 흐름을 잘 타는 스타일이랄까요? 근데 제가 먼저 흐름을 잡고 밀고 나가니까, 그 친구가 실수를 하더라고요. 제 플레이만 잘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갔고, 그게 맞았어요.

 

서서아가 트로피를 들고 직접 촬영한 사진을 본지에 보내왔다.

 

▲인도네시아 체류 기간동안 어려운 점은 없었나. 

=딱히 없었어요. 오히려 숙소 가까운 곳에 한식당이 있어서 좋았어요. 하하.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를 포기하며 출전한 대회였다.

=맞아요. 선수에게는 매우 중요한 랭킹포인트를 완전히 포기하면서 출전 강행한 대회가 바로 이번 인도네시아 오픈이었습니다.(선수권대회 등의 태극마크를 달고 파견되는 국가대항전 출전 시에는 국내대회 불참 시에도 기본 랭킹포인트가 주어진다. 오픈대회는 없다)

사실 그에 앞선 올해 국제무대에서 성적이 신통치 않아서 사실 ‘남원 대회에 출전할까’라는 생각이 적지 않았었죠. 이러한 심사속고 과정 끝에 결국 인도네시아행 길에 오르게 됐죠. 저 나름의 용기있는 결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승리가 더욱 간절했어요.

 

▲2023년부터 3년 연속으로 국제대회 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그 과정에서 선수로서 어떤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하나.  

=2023년도 우승(라스베이거스 오픈 우승) 당시에는 그냥 뭣 모르고 했던 거고. 2024년도 우승(2024 전일본선수권 우승) 때는 실력은 늘었지만 국외대회에 대한 경험이 좀 부족했어요. 올해에는 실력에 더해 경험도 나름 쌓여서 스스로 단단해지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와중에 국제무대에서 또 한 번 우승을 하게 돼 뿌듯합니다.

 

▲’김가영 후계자’ 등의 평가가 들려오는데.   

=아직 ‘김가영 이후’라는 말은 제겐 과분해요. 그 타이틀을 넘어서려면 아직 가영 쌤(서서아는 김가영에게 공을 배운 적 있어 ‘쌤’이라고 부른다)에 한참 모자란 것도 맞고요. 앞으로 제가 더 열심히 해서 ‘김가영의 차세대’보다 ‘서서아’라는 이름 자체로 불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그게 목표예요.

 

사진=프레데어 프로 빌리아드 시리즈 페이스북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현 7위) 상승이 기대된다.

=그렇죠. 해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 세계랭킹 5위권 안에 지속적으로 들고 싶어요. 국내에서는 제가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이 목표예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제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응원 덕분이에요. (이날 서서아와 장무얀과의 결승전이 생중계된 유튜브 댓글창에는 한국 팬들이 ‘화이팅’, ‘감격스럽다’ 등의 채팅을 남기기도 했다)

시상식에서 눈물이 났던 것도 스스로 고생했던 날들이 떠올라서인 것도 있지만, 저를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보답을 한 것 같은 마음도 컸어요. 부모님, 팬분들, 후원사… 다 감사드립니다. 제가 더 힘내서 보답할게요.”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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