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볼 결승 그 후] ③ “랭킹 1위서 내려오며 흔들”… 권호준, 2년 만에 되찾은 자신감과 ‘금빛’ 기억

Facebook
“아이고, (인터뷰)감사합니다. 1등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요. 하하” 특유의 밝은 웃음으로, 권호준은 지난 16일 약 2년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직후의 인터뷰를 출발했다.

 

 

[편집자 주] ‘2025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 포켓볼 남녀 개인전 결승에 오른 세 명의 선수는 모두 오랜 시간, 각자의 이유로 우승 문턱에서 멈춰섰던 시기를 지나왔다. 이번 결승은 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반등의 순간이었다. 그 이야기를 담은 ‘포켓볼 결승 그 후’ 시리즈, 마지막 주인공은 2년 전과 같은 무대, 남원에서 다시 한 번 금빛 큐를 들어올린 권호준 선수다.

 

“아이고, (인터뷰)감사합니다. 1등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요. 하하”

결승전 직후, 권호준(충남체육회)은 특유의 웃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 웃음에는 안도와 해방감, 그리고 말로 담기 어려운 지난 시간의 무게가 함께 스며 있었다.

2023년 7월 이후, 전국대회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던 그는 2년 만에 다시 남원에서 금빛 큐를 들어올렸다. 16일 열린 ‘2025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 포켓10볼 남자부 결승전. 상대는 가까운 사이인 이종민. 권호준은 이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9:1, 흔들림 없는 승리를 거뒀다.

승리의 기쁨보다 먼저, 그는 기억을 한참 거슬러 올라갔다.

 

“랭킹 1위에서 내려오며, 없던 압박감이”

2023년, 권호준은 그 어느 때보다 위에 있었다. 전국대회 2관왕, 그리고 개인 랭킹 1위. 성적만 놓고 보면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는 그 정점에서, 낯선 부담을 마주해야 했다.

“랭킹 1등에서 한 단계씩 내려오면서, 예전엔 없던 압박감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원래 하던 걸 못 하고 있다는 느낌? 그게 멘탈을 많이 흔들었어요.”

스스로 흔들리고 있다는 걸 느낀 그는 멈추는 대신, 더 깊숙이 자신을 밀어넣었다.

“안주하면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부러 압박감을 만드는 환경을 만들었죠. 나 자신을 계속 단련시켰어요. 채찍질 많이 했어요.”

그 선택이 언제나 효과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멈추지 않았다.

 

시상식서 기념촬영 중인 권호준.

 

“자신감이 많이 죽어 있었어요”

그에게 진짜 위기는 다른 데 있었다. 정작 그 자신감, 그의 플레이를 지탱해 온 강력한 힘이 조금씩 마르고 있었던 것이다. 올시즌을 시작하면서 이적한 소속팀(인천시체육회→현 충남체육회)에 좋은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그의 심리를 짙누르고 있었다고 했다.

“자신감이라는 것이 도가 지나칠 때도 있고, 반대로 많이 죽을 때도 있거든요. 요즘엔 후자에 가까웠어요.”

이번 남원 대회는 그런 자신에게 던진 신호 같았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길 같았어요.”

그 말처럼, 결승전은 그에게 있어 가장 ‘편한’ 경기였다고 한다.

“진짜 마음 편한 상태로 쳤어요. 딱 원래 하던 대로. 운영적인 거나 모든 게 다 잘 맞아떨어졌어요.”

흔들리지 않는 리듬, 익숙한 스타일, 그리고 감각. 오랜만에 그것들이 함께 조화를 이뤘다. 인터뷰 한참 후에야 나온 결승전 소회였다.

이어 그를 여기까지 지탱해 준 여러 후원사와 소속인 충남당구연맹(회장 김영택)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홈 트레이닝으로 체력 증진… 유산소까지 계획”

마음이 흔들릴수록, 그는 기본으로 돌아갔다. 그 시작점은 체력이었다.

“이번 성적 안 나오기 시작하면서 진짜 심각하게 느꼈어요. 아, 이건 진짜 체력이 문제구나.”

그는 홈 트레이팅 일정을 짰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이어 유산소 훈련까지 계획 중이라고 한다.

“그 전까지는 솔직히 크게 생각 안 했는데, 이제는 무조건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어요.”

체력은 늘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움직이기까지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그에게 이번 대회는 그런 자극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번 한 번 번의 우승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에겐 하나의 분명한 신호로 남았다.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다시, 자신감 있게 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은 담담했고, 의외로 조용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 어떤 외침보다 큰 울림으로 들릴 수 있다.

 

 

다시 세계를 향해, “챔피언 돼야죠”

권호준은 2017년 ‘구리 세계포켓9볼챔피언십’ 4강에 오르며 국제무대에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 후 세계선수권 8강 진출 등 성과는 있었지만, 아직 입상은 없다.

그는 지금도 세계 챔피언이라는 꿈을 품고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 무대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

“선수의 큐를 쥘 때부터, 그리고 놓을 때까지 그 목표(세계챔피언)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각오의 여정이 언제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펼쳐질 큐대 위에서, 그가 직접 보여줄 일만 남았다. 다만, 이번 우승으로 그것을 위한 추진력을 다소 충전했다는 점은 확실해 보였다.

 

[남원=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Language

배너영역 작업중
Hide
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