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다희의 ‘진화’와 하이원 팀, 그리고 이충복… 아직도 또렷한 ‘준우승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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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4년차, 김다희(하이원리조트)는 스스로의 진화를 점점 더 뚜렷하게 증명하는 중이다. 팀리그에서 팀원들과 연대감을 쌓고 즐기며, 당구 인생 전체에 결정적인 변환점을 남겼다.

 

 

프로 데뷔 4년차, 김다희(하이원리조트)는 스스로의 진화를 점점 더 뚜렷하게 증명하는 중이다.

동호인 출신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해, 이름 석 자조차 낯설었던 시절을 지나 월드챔피언십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이제, 처음 맞이한 팀리그라는 새로운 세계 속에서 또 한 번 자신을 단련하고 있다.

이 여정은 프로당구 팬들에게도 어디선가 본 듯한 성장의 서사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김다희의 특별함은, 그 ‘진화’가 혼자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이루어졌고, 바로 그 지점이 그의 당구 인생 전체에 결정적인 변환점을 남겼다는 데 있다.

7월의 끝자락, ‘웰컴저축은행 PBA팀리그 2025-26’ 1라운드가 막을 내린 날. 김다희는 아직도 경기장의 기운을 몸에 두른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분위기의 정체는 패배였다. 이날 하나카드의 라운드 우승이, 하이원의 경기 직전 확정됐으며, 이날의 경기마저 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오히려 여유와 희망이 배어 있었다.

“오늘 경기, 아쉽지 않냐고요?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볍더라고요. 시작은 3연패였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요. 남은 라운드가 기다리니까, 오히려 더 파이팅하게 돼요.”

하이원리조트는 창단 후 줄곧 하위권에 머물던 팀이었다. 정규리그 8위(2023-24), 7위(2024-25). 이번 시즌도 1라운드를 3연패로 시작했을 때, “하이원은 또 힘들 것”이라는 회의가 팬들 주변을 감쌌다.

하지만 그 흐름은, 신입생 김다희의 한 큐에서 달라졌다.

 

 

팀이 3연패로 허덕이며 맞은 1라운드 4일차, 우리금융캐피탈전 6세트. 하이원이 세트스코어 3:2로 리드하며, 목말랐던 시즌 첫 승리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때 LPBA 간판스타 스롱피아비를 상대한 김다희는 해당 세트에서 6:8, 단 1점만 더 내주면 패배가 확정되는 13이닝에 서 있었다.
배치는 매우 까다로웠다. 이날 해설진이 “너무 어렵다”고 할 만큼, 득점 루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김다희는 연습 때 받았던 주문을 마지막까지 떠올렸다.

“캡틴이 항상 그러세요. ‘너의 몸이 기억할 거야, 그냥 믿고 쳐.’ 저도 그 말을 믿고 뱅크샷을 걸었고, 정말 그대로 들어갔어요. 그 순간부터 팀 분위기도, 제 자신감도 확 달라진 것 같아요.”

 

 

이 샷에 이어, 좁은 각도 옆돌리기마저 성공한 김다희는 세트를 9:8로 역전승을 따냈고, 팀은 시즌 ‘마수걸이 승’을 챙겼다.

이후 하이원은 5연승을 달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팀원들의 얼굴엔 오랜만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그 중심엔 늘 ‘우리’라는 단어가 있었다.

“저희 팀은 연습 때부터 분위기가 남다르거든요. 6명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같은 공을 두고, 실수한 공은 다 같이 돌아가며 의견을 내요. ‘이건 이렇게 쳐보면 어땠을까?’ 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거죠. 꼴찌가 커피를 사는 내기를 하기도 하고, 게임처럼 즐기면서도, 공 하나하나에 마음을 모으는 그런 연습이 저를,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이 변화의 기저엔 단연 ‘캡틴’ 이충복의 존재가 있었다. 프로 세계의 고참, 때로는 친근한 삼촌처럼 팀을 이끄는 그에게 김다희는 ‘진짜 터닝포인트’를 빚었다.

“팀리그 합류 직후, 망설임 없이 캡틴을 찾아갔어요. ‘잘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죠. 그때부터 캡틴은 정말 열정적으로 알려주셨고, ‘언제든 힘들면 찾아와라’며 늘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셨어요. 기술적으로, 멘탈적으로 저한테 가장 큰 힘이 된 분이에요.”

하이원의 팀워크는, 각기 다른 색을 가진 팀원들의 유연한 조합에서 완성된다. 특히 4명이나 되는 여성 멤버들에 관해, 김다희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미래 언니는 큰언니 같은 든든함이 있고, (전)지우는 비타민 같은 분위기 메이커, (임)경진 언니와는 비슷한 위치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적응해가고 있어요. 슬픔도 함께, 기쁨도 함께 나누니까 팀이란 게 이렇게 좋구나 싶어요.”

 

 

그러나 프로에 들어서며 개인투어라는 고독한 무대에 홀로 섰던 김다희. 그 길의 어귀에서 소속팀이 생기고, 연대의 힘을 다시금 체감했다. 스스로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자신의 당구가, 팀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점점 더 섬세하게 세공되어 가는 과정을 경험했다.

그래서 그는 이 순간을 “내 당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한편, 김다희는 이제 잠시 하이원 팀 유니폼을 벗고, 개인투어 무대에 선다. 팀의 에너지를 품고, 다시 자신만의 승부에 도전한다.

아직도 지난 시즌 준우승, 놓친 공들의 쓰라림이 마음에 남아 있다.

“그때의 아쉬움, 모든 것들이 또렷하게 뇌리에 남아 있어요. 하지만 목표는 언제나 우승, 더 세밀하고 탄탄해진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비록 무대는 달라졌지만, 김다희는 여전히 ‘우리’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 슬픔은 함께할수록 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팀리그를 통해 매일 새롭게 배웠다.

“하이원 팀 식구들, 그리고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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