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의 당구 역사가 처음으로 ‘교육감배’라는 타이틀을 품었다. 비선수 학생들 100여명이 주인공 된 첫 축제, ‘제1회 전북특별자치도 교육감배 전북학생 당구대회’다.
최근 전주와 익산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이 대회는 취지도 특별했지만, 본지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하루 전날 밤, 익산의 당구장에서 흘러나오던 ‘젊은 큐’가 내뿜는 공기의 열기였다.
중학생 동네 형-동생의 놀잇감 4구
대회 전야. 익산의 최대 번화가 ‘다다영등 먹자골목’ 한복판에 놓인 루미캐롬클럽. 테이블 위에서 부딪히는 공 소리가 연신 메아리쳤다. 여러 학생들이 큐 끝을 곧게 겨누고 있었다.

다음날이면, 첫 교육감배 대회의 무대에 오를 얼굴들이었다.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그 속에 웃음이 번졌다. 그 속에서 정말 즐겁게 공을 치는 두 학생과 얘기를 나눠봤다.

이리영등중 3학년 최정현 군(2010년생)은 4구 종목 150점을 쳐 친구들 사이에서 실력자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아빠가 당구를 알려주셔서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치게 됐어요.”
그가 말하는 당구의 매력은 단호했다.
“어려운 공을 풀었을 때 그 뿌듯함이 참 좋아요.”
최 군은 중2 초반부터 큐를 잡았고, 방학 땐 일주일에 무려 5번, 학기 중에도 주 3일은 당구장을 찾는다. 친구들에게도 권했고, 지금은 ‘당구 패밀리’ 다섯 명 중 실력은 자신이 최고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옆자리엔 이리영등중 2학년 김연욱 군이 앉아 있다. 그가 큐를 잡게 한 장본인이 바로 ‘동네 형’인 최정현 군.
김 군 역시 최 군 당구 패밀리의 일원이다. 열심히 노력해 지금 최 군과 같이 4구 150점의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한다.
“아버지랑도 큐를 잡지만, 친구들이랑 칠 때가 훨씬 재밌죠. 공이 잘 빠지면, 그게 제일 재미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다른 학생들의 테이블 위에 돌아다니는 공을 눈으로 쉴 새 없이 쫓는다.
골프 대신 당구 택한 여고3학년
그 옆에 앉아 있던 익산 함열여고 3학년 김성현 양. 대회에는 포켓 애니콜 종목으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김 양은 당구를 시작한 지 두 달 남짓. 부모님의 권유로 골프에서 당구로 종목을 바꿨다고 한다. 현재 스승은 전북당구연맹 김택균 이사. 대회를 하루 앞둔 날도 ‘쉬운 공 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3~4년 뒤에는 전문 선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름의 청사진을 그리면서 큐를 갈고 닦고 있던 김 양이다.
한편, 대회를 앞둔 세 학생의 목표는 모두 같았다. “1등 아니면 입상.” 그 바람 덕분일까. 대회가 끝난 뒤, 김성현 양과 김연욱 군은 각각 포켓볼과 4구 부문에서 입상의 기쁨을 누렸다.
젊은이들의 밤, 뮤즈당구클럽의 불야성
루미당구클럽에서 도보로 1분도 채 안 되는 곳, 또 다른 포켓볼 대회장 ‘뮤즈당구클럽’이 보인다. 올해로 오픈 11년 차를 맞은 이곳은 지역 10·20대의 놀이공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다다영등 먹자골목’ 한복판에 놓여, 화려한 조명과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던 500만 원대 고출력 스피커로 개업과 동시에 지역 학생들의 랜드마크가 됐다.

현 전북당구연맹 이사 김택균 씨가 처음 문을 열었고, 현재는 다른 이가 운영한다. 앞서 언급된 ‘루미당구클럽’은 김 이사가 연 곳으로, 현재 전북당구연맹의 전용 훈련장으로 쓰인다.
이 두 클럽과 전북당구연맹의 뒷받침은 다음 세대의 큐를 키워내는 토양이 되고 있다. 그 흐름의 중심적 인물이 김 이사의 아들 김민준(중학교 2학년) 군이다. 올해 3월 양구에서 열린 종합당구대회 포켓볼 성인부에서 최연소로 동메달을 차지하며 지역 스타 당구선수로 떠올랐다. 이번 교육감배 대회는, 그 뒤를 이을 수많은 김민준들을 기다리는 시작이었다.

대회 전날 밤, 뮤즈당구클럽의 테이블 위로 젊은 큐들이 연신 엎드렸다. 교육감배 대비 연습을 위해 태권도 선수 출신 여고생, 아이리그에 참가 중인 중학생들, 그리고 클럽 태동기부터 함께해온 ‘MUSE’ 동호회 회원들이 클럽을 찾았다. 밤 9시가 넘도록 큐를 휘두르던 그들의 연습은, 아니, 그들의 큐는 그제서야 불이 붙었다.


다소 생경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익산에서 본 광경은 요즘 대도시권에서는 보기 드문, 큐를 든 젊은이들, 특히 10대 학생들의 모습이어서 더 신선했고 반가웠다.
[전북=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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