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누커 강자’ 허세양, 韓최초 세계선수권 8강… ‘화들짝’ 韓스누커계 “역사적 쾌거”

 

 

‘국내 스누커 강자’ 허세양이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3 세계스누커선수권대회’ 8강에 진출했다. 한국 당구계에 전에 없던 역사적인 쾌거였다. (사진=허세양 제공)

“제 실력보다 더 높은 성적(8강)이죠. 하하. 초제한 룰 없어서 편하게 쳤더니…”

며칠전 카타르 도하에서 도착한 낭보에 한국 스누커계가 화들짝 놀랐다. 한국 스누커 사상 최초 ‘세계스누커선수권’ 8강진출 소식이었다. 그 주인공은 ‘한국 스누커 강자’ 허세양(39)이다.

 

32강까지 세계챔피언포함 무실점 승질주

지난 2018년 중국에서 귀화해, 국내 스누커판을 휘어잡던 허세양이 태극마크를 달고 지난 5일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2023 세계스누커선수권’(세계선수권)에 참가했다.

그는 예선~32강까지 3경기를 ‘무실점 승리’(프레임스코어 4:0)로 내달렸다.

조별예선 J조에서 독일의 알렉산더 비도우, ‘2021 세계선수권 챔피언’ 아산 람잔(파키스탄)마저 ‘무실점 승리’의 제물로 삼은 허세양이다.

이렇게 2연승하며 조별예선을 1위로 통과한 허세양은 본선(32강)서 이라크의 오마르 알리마저 프레임스코어 4:0으로 꺾었다.

여세를 몰아 그는 16강서 미나 아와드(이집트)를 5:1로 돌려세우며 역사적인 한국 스누커 최초 세계선수권 8강진출을 이뤄냈다.

아쉽게 8강에선 패배(중국 웨이층카에 2:7)했다. 그러나 허세양은 “만족한다”고 했다. 12일 본지와의 전화통화로 밝힌 소감이었다. 국내에선 실력자로 정평이 난 그였지만 세계무대의 높은 벽을 익히 알던 터였다고.

그래서 허세양은 이번 세계선수권 8강이 “내 실력보다 높은 자리였다”고 자평했다.

 

▲71세 스누커 선수 박승칠 “역사적 쾌거”

“(세계선수권 8강은)스누커 불모지 한국에겐 역사적 쾌거죠. 힘들고 어렵게 기적과도 같은 성적을 낸 후배 허세양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국내 최고령 스누커 선수 박승칠(71)은 후배의 ‘기념비적인 사고’ 소식으로 차오른 기쁨과 흥분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 선수에 따르면, 공을 놓고 칠 테이블조차 전국을 싹 흝어도 10대를 겨우 채우는 한국 스누커계의 현실이다. 서울 3, 안산 3(2월 해체예정), 부산 2, 광주 1, 목포 1대씩 스누커 테이블이 비치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이어 박 선수는 “당구가 ‘2030 도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상황”을 짚으며, 메달이 걸린 전종목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도 꼬집었다. 특히, 스누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초제한 룰, 오래된 테이블국제경쟁력에 도움 될까?”

한편, 기자에게 세계선수권 8강 진출 소감을 밝은 톤으로 얘기하던 허세양은 톤을 조금 가라앉힌 뒤 한국식 ‘초제한’과 낡은 테이블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먼저 ‘초제한’이다. 공격권을 가진 선수가 40초 내 공격해야 하는 룰이다. 이는 국제대회에선 찾아볼 수 없는 룰이라는 게 허세양의 설명이다.

“저는 나름 여러 국제대회를 경험했는데, 그 어느 스누커대회에서도 공격시간을 제한하는 걸 보고들은 바 없다. 3쿠션은 공 3개로 경기한다, 포켓볼은 많아야 11개. 스누커는 공이 22개다. 샷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경우의 수가 그만큼 많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종목에 초제한을 두는 것에 의문이다.”

한국선수들의 좋은 성적을 위해 국제룰과 국내룰이 같았으면 하는 허세양의 바람이었다.

또 구매일자가 오래된 테이블로 인해 경기에 지장받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이 제가 생각한대로 안 나갈때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허세양은 앞서 선배 박승칠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말을 남겼다. “스누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이는 “국제경쟁력 상승 차원에서도 꼭 동반돼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한국 스누커의 역사의 페이지에 한 획을 그은 허세양, 이런 역사적 쾌거 뒤편에는 남모를 여러 고민들이 묻어 있었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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