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의 상흔을 좀처럼 털어내기 어려웠던 2023 당구계였다. 그럼에도 한국 당구계는 여러 희망을 보며 한해를 버텨내 왔다. 반대로 아쉬움과 아픔도 있었다. 그 여러 감정이 뒤섞인 올해를 ‘큐스포츠뉴스’가 선정한 [2023 한국당구결산 10대뉴스] 코너로 돌아본다. 이번에는 올시즌 화려하게 개막 후 부침을 겪은 프로당구 PBA를 조명한다.
‘호된 신고식’ 겪은 빅네임 신임생들
2023년도만큼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해가 있었을까. 프로당구 PBA의 얘기다.
5번째 시즌을 맞은 PBA는 화려하게 개막(6월)했다. 남녀 ‘빅네임’ 선수들이 대거 PBA-LPBA ‘우선등록선수’로 영입돼,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올려놨다.
주요 선수로는 △남자부(PBA) 최성원,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세미 사이그너, 무라트 나지 초클루, 륏피 체넷(이상 튀르키예), 이충복 등 △여자부(LPBA) 한지은 장가연, 중간에 이신영(와일드카드)까지 합류한 올시즌이다.
그러나 신입생들에게 프로무대는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특히, 세계당구계를 주름잡던 다니엘 산체스와 ‘세계3쿠션선수권 챔프’ 최성원의 긴 부진이 당구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산체스는 시즌 2차전 첫판(128강) 탈락으로 체면을 구기다가, 3차전 32강으로 구겨진 체면을 어느 정도 추슬렀다. 이어진 성적은 4차전 64강, 5차전 32강, 6차전 128강, 7차전 64강. 그의 명성에 비하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결과물들이다.
최성원은 데뷔 후, 산체스보다 더 긴 부진의 터널을 헤맸다. 시즌 4차전까지 단 1승도 따내지 못한 것. 4개 투어에서 ‘4전 전패’로 내리 첫판 탈락한 그다.
그러나 이 양상은 5차전에서 반전된다. 128강서 륏피 체네트를 꺾은 최성원은 결승까지 내달린 끝에 하비에르 팔라존을 누르고 투어 우승컵을 차지해 버린다.
우승직후 “(4개투어 연속 첫판 탈락에)비참했고, 그래서 우승이 더 기쁘다”던 최성원의 인터뷰는 부진의 터널을 헤매던 당시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또 우승의 환희가 그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지 짐작게 했다.
이어 시즌이 종반부로 향하는 현재(12월 27일)까지도 아직 1승이 없는 신입생도 있다. 바로 이충복이다. 개막전~7차전 모두 첫판서 패하며 짐을 싸야 했다.
반대로 적응이 필요 없는 선수도 있었다. 사이그너다. 환갑을 앞둔(59세) 이 튀르키예 베테랑은 시즌 데뷔전을 우승으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LPBA에선 ‘아마최강’ 출신 한지은(22)과 장가연(10) ‘영건 듀오’가 기대대로 시즌 3차전 8강(한지은), 1차전 8강(장가연) 등으로 선전했다.
시즌 6차전부터 합류한 ‘세계3쿠션선수권 챔프’ 이신영은 데뷔 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명성을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어진 6차전 2경기, 7차전 첫 경기 모두 패하며 녹록지 않은 프로 적응기를 맞고 있다.
‘끝날듯 끝나지 않던’ PBA-쿠드롱 갈등
신입생들로 화제 몰이하던 PBA는 그러나 뜻밖의 암초를 만나게 된다. 약 5개월간 시끄러웠던 PBA와 ‘통산 8승 및 누적상금 10억’ 신화를 써내려가던 프레드릭 쿠드롱 간의 갈등이다. 그 스토리의 큰 줄기를 짚어본다.
시즌 2차전 직후(7월 11일 새벽), PBA 사상 초유의 ‘기자회견장 무단침입’ 사태가 터졌다. 언론사 소속이 아닌 한 남성이 “쿠드롱이 시상식서 스롱피아비를 무시했다”고 주장하며 회견장에 난입한 것.
이 현장에서 우승자 인터뷰를 기다리던 쿠드롱은 잠시 후 어수선해진 회견장을 빠져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후에 ‘회견장 납입’ 남성은 스롱피아비의 지인(삼촌으로 호칭)으로 밝혀졌다.
이에 PBA는 쿠드롱과 스롱피아비에 ‘주의’ 조치를, 회견장에 난입한 ‘스롱피아비 지인’에게는 PBA 경기장 영구출입 금지조치를 내렸다.
더 큰 사건은 후에 터진다. ‘회견장 무단침입’과 별개로, 쿠드롱이 PBA와 작별한 것. 팀리그 소속팀 웰뱅피닉스와의 재계약이 불발(7월 15일)돼서다.
PBA는 “팀에 지명을 받은 선수가 팀 리그 출전을 거부한 경우 PBA-LPBA투어 출전이 제한된다 제한할 수 있다”라는 PBA 선수등록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7월 17일)했다. 이 과정서 PBA측과 쿠드롱측은 갈등을 빚었다고 알려졌다.
그 앙금이 서서히 지워져가던 시점인 올해 10월, 쿠드롱 측이 PBA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경기출전 허용’ 가처분을 신청하며 ‘PBA-쿠드롱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써 재개됐다.
쿠드롱 측은 “PBA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선수의 계약내용 선택 자유 및 계약체결 자유를 침해한다”며 PBA선수등록 규정의 불합리함을 주장했다.
PBA측은 규정에 입각한 조치를 했을 뿐이며 오히려 “(쿠드롱이)이번 시즌 시작전에 구단(웰뱅)에 무리한 요구를 했고, 구단과 PBA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쿠드롱은 의도적으로 등록서류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고 알려왔다.
이러한 양측 주장에 이어 PBA측은 “쿠드롱 선수가 PBA투어 출전 허용과 관련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지난 기각(11월 17일)됐다”고 밝혔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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