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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무명의 태풍’ 박기호 “차기시즌? 모 아니면 도”… 생업(건설업) 현장에서 전한 의외의 전망, 왜? [인터뷰]

 

 

프로당구 PBA 3년차 선수 박기호(49)에게 올시즌은 참 특별했다. 정규투어 4강 2회(4·8차)로 자신의 종전 최고성적인 16강을 훌쩍 넘어섰고, 이 성적표를 들고 참가하게 된 ‘제주 월드챔피언십’에선 8강을 찍는다.

그러자 그에게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무명돌풍’.

지난 2021년 트라이아웃 통과→21/22시즌 챌린지투어(3부)로 PBA 데뷔→3부 최종순위 2위로 1부행→22/23시즌 큐스쿨 강등 후 1부생존. 그렇게 맞은 자신의 23/24시즌서 박기호는 돌풍을 넘어 ‘태풍급’ 선수로 기억됐다.

“TV로 보던, 존경하던 사이그너를 내가?” 올시즌 8차전 32강서 사이그너에 3:0 완승을 거두고 4강까지 오른 당시의 그는 기쁨보다는 놀라움이 더 컸다.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소감이었다.

사이그너처럼 TV에 나오게 된 그는 월드챔피언십 개최지인 제주도서 팬들에게 사인 요청을 받았다. 가족들에겐 큰 자랑거리의 막내아들(2남1녀 중 막내)이 됐다. “뿌듯하고 놀라울 따름”이란다.

이런 그에게 차기시즌 각오를 묻자 “글쎄요”라더니, “모 아니면 도”란 의외의 전망을 했다. 이유는 이러했다. 자신의 당구인생 30년 사의 큰 도전을 한다고 한다.

 

박기호는 차기시즌을 앞두고 부족한 기본기를 채우기 위해 당구인생 첫 선생님을 모시게 됐다고 했다. 그 선생님이 유튜버 ‘밀끌당구'(오른쪽)다. 박기호와 그의 당구선생이 함께 촬영해 온 사진.

 

“선생님을 모셨어요. 당구유튜버 ‘밀끌당구’ 님입니다. 3개월 전부터 조언을 얻으며 인연을 맺었죠. 기대감이 커요. 다만, 오랫동안 쳐온 제 스타일을 바꿔야 해요. 이것이 차기 시즌에 좋은 결과를 낳을지 장담 못 하겠어요. 하하”

지금의 ‘박기호 식 당구’는 프로데뷔 전, 20년 넘는 동호회 ‘롤링스톤'(창단멤버) 활동을 통해 정립된 것이다. 당구를 독학으로 터득한 셈. 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강습은 지난 3월 28일부로 시작됐다. 강습장은 안양 베이시스당구장이다.

잘 알려진 대로 박기호는 건설현장 기술자다. 현재는 경기도 평택시 현장에서 로프를 타며 건물외벽 방수 페인트를 칠하고 있는데, ‘꿀맛’ 같은 휴무일 하루를 당구를 위해 할애하는 그다.

그만큼 박기호는 당구에 진심이다. 그에게 당구란 “삶의 낙”이란다. 프로에 데뷔한 이유에서도 그의 당구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동호인 대회는 거의 다 중단됐으나, PBA 투어는 멈추지 않아서” 뒤돌아보지 않고 프로행을 단행했다고.

이런 그의 진심을 응원해주는 든든한 후원군이 존재한다.

먼저, 전국 체인점 56곳에 달하는 추오정 남원추어탕(대표 강용석)이다. 특히, 당구를 매우 사량하는 해당 업체의 강단호 이사(강용석 대표의 동생)와는 의형제처럼 지낸다고 한다. 지금 그의 가슴에 ‘추오정 남원추어장’ 패치가 붙은 이유다.

이어 JM빌리어드(대표 구재모)는 박기호에게 큐를 비롯한 당구용품 일체를 지원 중이다. 선수 박기호의 스타일에 맞춰 장비의 교체나 보완을 신속하게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후원자다. 동호회 활동당시 맺은 박기호-구재모 대표의 인연이 PBA서 재차 이어지게 됐다.

 

박기호와 동호회로 연을 맺어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된 구재모 JM빌리어드 대표. 강원도 양구군 ‘제12회 국토정중앙배’ 현장에서 만난 구재모 대표는 박기호의 활약이 “참 반갑고 기뻤다”고 했다.
동호인 시절 박기호(맨 오른쪽).

 

이처럼 고마운 이들을 위해 박기호는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보완하겠다는 각오다. 그의 당구 선생님과 함께 기본기와 더불어 멘탈 단련에도 적잖은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다.

“제 얼굴에서 긴장감 잘 느껴지지 않는다죠? 하하. 마음을 비우고 쳤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제주도에선 8강부터 욕심내니 공이 안 맞더라고요. 이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프로의 세계에서 승부를 가르는 주요인은, 기술보다는 정신력이란 걸요.”

한편,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재차 차기시즌 각오를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우승하고 싶지 않나?”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우승은 너무 높은 욕심”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유의 포커페이스만큼이나 차분한 말투로 전한 답변이었다.

다만, “남에게 처음으로 당구를 배운 뒤 맞을 차기시즌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지만, 그것이 좋게 발현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운을 뗀 뒤, “그렇게 된다면,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기대감도 슬쩍 내비쳤다.

장장 40분에 걸친 인터뷰 후, 박기호는 그의 일터인 현장으로 복귀했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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