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넘는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대구의 실력자’ 이승진(55)이 프로 데뷔 첫 결승 무대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아내 안애란 씨와 지인들 앞에서 포효했다.
이 감격의 순간과 함께 올 시즌 첫 한국인 챔피언, 그리고 PBA 역사상 다섯 번째 비(非) 팀리거 챔피언이 탄생했다.

8일 밤 9시,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전용구장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6시즌 4차전 ‘에스와이 베리테옴므 챔피언십’ PBA 결승전. 대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이승진은, 최성원의 두 번째 프로무대 우승을 세트스코어 4:1로 저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번 결승은 하나의 드라마틱한 재회였다. 지난해 8월 24일 열린 2024시즌 PBA 3차전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 16강전에서, 이승진은 최성원에게 패하며 고개를 숙였었다. 그로부터 380일이 지난 오늘, 그는 같은 상대를 결승 무대에서 다시 만나 승리를 거두며 서사를 완성했다.
이번 4차전에서 이승진의 발걸음은 조용했으나 큰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 128강전에서 진이섭을 세트스코어 3:1로 꺾은 데 이어, 64강전에서는 신대권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두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32강전에서는 ‘베트남 강자’ 마민껌(NH농협)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제압하며 기세를 올렸고, 16강전에서는 정대식과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힘겹게 승리했다. 대단한 위기는 사실상 이 대목 뿐. 이어진 8강에서는 상승세를 타던 로빈슨 모랄레스(콜롬비아·휴온스)를 세트스코어 3:1로 눌렀다.
준결승 무대에서는 강민구(우리금융캐피탈)와 맞붙어 세트스코어 4:2로 승리를 거두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이어진 결승전에서 최성원마저 꺾고 마침내 데뷔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외인 강세’ 끊는 올시즌 첫 한국인 챔프 탄생
올시즌 개막전 4강, 첫 결승서 우승 포효
‘억대 상금’ 고지 넘어서다
이번 결승은 PBA 역사상 10번째 한국인 선수끼리의 결승전이었으며, 올 시즌 첫 한국인 챔피언의 탄생이라는 의미까지 더했다.
이승진에게 이날 우승은 곧 ‘인내의 결실’이었다. 그는 2019년 6월 3일, PBA 출범 원년인 2019-20시즌 개막전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무려 6년 3개월 5일, 정확히 2289일 동안 결승 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시즌 성적 역시 늘 중위권에 머물렀다. 시즌 랭킹은 2019-20시즌 46위, 2020-21시즌 53위, 2021-22시즌 55위, 2022-23시즌 56위, 2023-24시즌 65위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2024-25시즌) 26위로 도약하더니, 올 시즌 개막전에서는 4강에 오르며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리고 이번 4차전에서 마침내 결승에 진출했고, 그 첫 결승을 곧바로 첫 우승으로 완성했다.
우승의 의미는 기록으로도 남는다. 이승진은 이날 우승상금 1억원을 획득, 누적 상금 1억 5,400만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억대 상금’ 고지를 넘어섰다.
동시에 그는 PBA 역사상 24번째 우승자가 됐으며, 팀리그에 속하지 않은 독립 선수로서는 5번째 우승자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한편, 단일 대회 중 한 경기에서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웰컴톱랭킹’ 상은 Q.응우옌(하나카드)이 차지했다. 신정주가 대리 수상했다. 128강전에서 박지호를 세트스코어 3:0으로 꺾으며 대회에서 가장 높은 애버리지 3.214를 기록했다.

대회 특별상인 ‘베스트 스킨상’의 주인공은 김영원(하림)이었다.
[일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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