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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방수페인트 칠하며 당구선수 꿈”… ‘시즌9차 32강’ 심지유, “패했지만, 큰 희망 봤어요” [LPBA]

1993년생, ‘LPBA 루키’ 심지유가 시즌 마지막 9차전서 프로데뷔 후 가장 높은 곳(32강)에 올랐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그는 “아쉬움보다 더 큰 희망을 봤다”며 만족해했다.

 

 

“공사장 인부, 콜센터 직원, 웨딩플래너 등 여러 일 하면서도 ‘당구선수’ 꿈을 놓지 않았죠. 그 길을 알려준 (오)도희가 참 고마워요.”

1993년생, 올해 32세 ‘LPBA 루키’ 심지유의 회고였다.

심지유는 23일 오후 펼쳐진 23/24시즌 9차 ‘크라운해태 LPBA챔피언십’ 32강서 장혜리에 세트스코어 1:2로 패배, 16강진출이 좌절됐다.

그러나 그의 아쉬움의 크기는 크지 않았다. 와일드카드로 2개 투어를 뛴 직전 22/23시즌부터, 올시즌 1~8차전까지 통틀어 프로데뷔 후 자신의 가장 높은 곳(32강)에 올라 “희망을 봤다”는 그다. 해당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소감은 이러했다.

 

 

심지유는 올시즌 모든 투어(8개)에서 예선전(PQ)을 끝으로 짐 싸야만 했다. 그래서 “이번 투어(9차전)용 짐을 쌀 때도 하루 치 의류만 챙겼다”고 한다. 그 옷으로 4일동안 일산에서 체류할 줄은 몰랐던 그다.

이어 심지유는 “2년 넘게 알바중인 빌리캐롬클럽(광주 광산구) 손님들, 즉 저의 응원군이자 선생님들에게 조금은 떳떳할 수 있다”며 기뻐했다.

이 클럽에서 그는 당구동호회(더맥스)를 직접 결성, 올 2월까지 회장직을 맡았다고 한다. 현재는 선수생활에 집중하고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당 동호회 회원들 또한 심지유의 열렬할 응원군이라고.

‘손님 응원군’ 가운데 “할아버지”란 애칭으로 부르는 한 손님을 떠올린 심지유는 “저랑 20년 차이 나는 분인데, 항상 기죽어 있는 제게 응원을 주시는 고마운 분”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번 투어 32강 진출이 확정돼자 그분이 ‘너 올라가는 거 보니 눈물날 것 같다’며 저보다 더 기뻐해주셨다”면서 심지유는 잠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한편, 전라도 순천 출신인 심지유는 18살 때 우연히 당구장 알바를 하며 처음 당구를 접했다고 한다.

이후 당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그는 생계를 위해 20대의 대부분을 △공사장 방수페인트 작업 인부 △보헙콜센터 직원 △웨딩플래너 등 다양한 직군을 거치면서도, “당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놓지 않고 꽉 잡아왔다.

그러던 2년여 전, 그 꿈을 품은 채 심지유는 광주로 정착지를 옮겼고, 해당지역 한 클럽에서 LPBA 선수인 오도희를 만나 ‘트라이아웃’에 대해 듣게 된다. 꿈에 그리던 ‘직업 당구선수’가 되는 방법을 알게 순간이었다.

“당시 무척 신이났다”는 심지유는 곧바로 22/23시즌 LPBA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쉽게 탈락. 그럼에도 좌절은 없었다. 선수가 되는 방법을 알게 됐기에 오히려 꿈을 향한 의지는 강한 추진력을 받는다.

다음 시즌(올시즌)에 재차 LPBA문을 두드린 심지유는 “감사하게도 우선등록선수로 선발돼 프로무대에 직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뒤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라했다”고.

이후 그의 프로무대 첫 여정은 앞서 언급한대로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하지만 잃지 않고 꼭 붙잡고 있던 반등의 의지는 시즌 마지막 9차전서 32강 진출로 터져나왔다.

그 덕에 “당구선수의 길을 격하게 반대하던 부모님이 이제 완벽한 응원군이 되셨다”며 심지유는 활짝 웃었다. 이어 조금은 이르지만 차기 시즌에 대한 각오로 그의 ‘생애 첫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번 투어에서 제 기대보다 훨씬 큰 희망을 봤어요. 운이 참 좋았어요. 그것이 실력이 될 수 있도록 차기 시즌을 앞두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할 것입니다. 다음 시즌이 6월에 출발한다고 압니다. 그때 나름 열심히 준비한 저를 지켜봐주세요.”

 

[일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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