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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엄마에게 ‘복’ 몰고온 두 효녀(지아·채아), 하민욱·최솔잎 ‘최강 포켓볼 부부’의 힘

지난달 중순, 자신들이 운영중인 김포 운양동 소재 ‘하쌤당구클럽’에서 큐를 들고 가족사진 촬영에 임한 하민욱(맨 오른쪽)-최솔잎 부부와 두 딸들. 맏딸 하지아 양은 맨 앞에, 막내 딸 하채아 양은 아빠 품에 안겨 있다.

 

 

[편집자 주] 냉엄한 스포츠 판에서 따뜻한 휴머니즘을 찾는 대중에게 흔하지만 높은 확률로 감동을 주는 소재가 있다. 바로 가족 이야기다. 100라는 당구계서도 그간 숱한 감동의 가족스토리가 써졌다. 그 역사들을 큐스포츠뉴스가 당구가족시리즈로 소개한다. 세 번째는 하민욱-최솔잎 ‘최강 포켓볼 부부’다. 

 

‘복덩이’ 다음은 ‘또복이’. 부산시체육회 하민욱(43)-최솔잎(35) 부부 슬하의 두 딸, 지아(6)·채아(생후10개월)의 태명이다. 그 이름값을 딸들은 톡톡히 해냈다.

7년 전인 2017년, 태명 ‘복덩이’ 첫째(당시 임신6개월)와 함께 전국체전을 뛴 엄마 최솔잎은 만삭의 몸으로 개인·혼복 2관왕에 올라, 당시 소속 광주당구연맹의 첫 종합우승에 크게 공헌했다.

“13년차 선수생활 중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이라고 최솔잎은 당시를 회상했다.

다음은 2023년생 둘째 ‘또복이’(또 복이 왔다는 뜻)다. 막내딸이 세상에 나온 지난해, 아빠 하민욱은 시즌랭킹 1위를 찍어, 단 한 장뿐인 세계선수권대회 출전티켓을 거머쥐었다.

선수생활 16년차 하민욱은 “전성기, 최근에 온 듯하다”며 웃어 보였다.

지난달 중순, 경기도 김포시 하쌤당구클럽에서 만난 포켓볼 부부의 전언이었다. 이 자리에 두 딸도 함께했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첫째 하지아 양은 카메라를 낯설어하지 않았다. 기자의 수차례 포즈 요청에 거리낌 없이 ‘예쁜짓’으로 화답해줬다.

둘째 하채아 양은 사위와 딸의 인터뷰 현장을 찾은 외할머니 품에서 아빠 엄마 언니를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관찰했다.

이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눈엔 하트가 한가득하다.

 

테이블 위에서 동생(하채아)을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언니(하지아).

 

열심히 하는 모습에 반했다는 하민욱

“관심이 싫지 않았다는 최솔잎

지아·채아 부모님들의 첫 만남은 지난 2011년 말 경이다.

2011년. 당구가 전국체육대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역사적인 해다. 이에 맞춰 각 지역연맹은 선수수급에 나섰고, 제주당구연맹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주축 포켓볼선수인 하민욱은 자신과 함께 제주 대표로 나설 여자선수를 물색했고 마침내 적임자를 찾아냈다. 그 사람이 바로 현재 자신의 아내이자 두 딸아이의 엄마인 최솔잎이다.

그렇게 2011년 12월 경, 제주연맹에 둥지를 튼 최솔잎은 자신을 연맹·체육회에 추천한 선배(하민욱)의 클럽(서울 신림)을 연습장 삼았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남녀는 서로를 향한 강한 자성에 이끌려갔다. 이윽고 두 사람의 관계는 선후배 사이에서, 연인 사이로 바뀌었다.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뻐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흑심을 품고 먼저 대시했죠. 하하.”(하민욱)

“대시가 싫지 않았냐고요? 그럼 연인이 되지 않았겠죠. 호호.”(최솔잎)

서로를 알아가던 ‘썸’ 시절을 거쳐 2년 넘게 연애한 그들은 지난 2016년 1월 23일, 백년가약을 맺고 ‘복덩이’ 두 딸까지 4인가족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포켓볼 최강부부칭호까지

녹록잖던 시행착오 기간

전국체육대회 2연패(22~23), 당구연맹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대한체육회장배 3연패(20~22) 등. 부산시체육회 소속 하민욱-최솔잎 부부가 쓴 우승기록이다. 이에 최근 당구계에선 ‘포켓볼 최강부부’로 통하는 두 사람이다.

그러나 그 칭호를 얻기까지의 기간은 절대 녹록지 않았다. 약 3년전, 부부팀 결성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가 봤다.

최솔잎은 “여러 사정으로 6년 간 몸담았던 광주연맹을 나오면서 부산시체육회 감독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현 소속팀에 오게 됐다”며 “남편이 이미 자리잡고 있던 터라 저는 부담이 덜해 좋았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하민욱은 “처음엔 부부팀이 조금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체육회 감독의 “너희 부부는 잘 할 것이다”는 응원과 격려로 성공을 향한 의지를 충전했다.

부부는 먼저 의견의 일치를 이루는 데 초점 맞췄다고 한다. “부부팀 결성 초기에는 모든 의견이 다 일치하지 않더라”며 혀를 내두르는 두 부부다.

당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하민욱은 아내에게 거의 빌다시피 “한 번만 따라와달라”고 했다고. 이에 최솔잎은 꾹 참고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호흡이 점차 맞아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곤 익히 알려진대로 부부는 훌륭한 결과들를 서로에게, 또 소속팀에 선사했다.

지금은? “거의 24시간 내내 붙어있어서 게임 호흡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는 ‘포켓 최강부부’다.

 

 

2111, 김포에 클럽 오픈

두 딸이 맘껏 활보 손님, 우리만의 연습장

이날 부부의 인터뷰 테이블이 차려진 곳은 경기 김포시 운양동 하쌤당구클럽이다.

지난 2022년 11월 1일 오픈한 이 클럽은 손님은 일절 받지 않는 클럽이다. 하민욱이 코칭중인 문하생 단 1명을 제외하곤, 오로지 부부만의 연습장으로서 역할한다.

클럽은 김포 골프라인 지하철 운양역 가까운 건물에 자리했다. 상권이 갖춰진 곳이라 매달 임대료가 만만찮지만, 부부는 “성적을 위한 투자용”으로 과감하게 (클럽)오픈을 단행했다고 한다.

이를 전하는 하민욱의 눈빛이 빛났다. 자신을 “당구에 미친 사람”이라고 설명한 그다. 제주 출신의 그는 원래 캐롬선수였다. 당구를 위해 상경한 그에게 2000년대 초 캐롬당구에 대한 인상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자욱한 담배연기, 내기 등이 그 이유였다.

그 뒤로 귤 따러 제주도로 발을 돌린 그는 우연찮게 포켓볼장에 방문, “당구의 신세계를 경험해 선수로 데뷔했다”고 한다. 이를 설명하던 하민욱은 “아직도 당구만큼 나를 즐겁게 해주는 건 없다”며 웃는다.

이를 옆에서 보던 최솔잎의 입가에도 슬쩍 미소가 피어난다. 그 또한 종목전환 해 성공한 케이스다. 스무살 때 한국 스누커계 원로이자 현역인 박승칠(71)의 제자가 된 최솔잎은 스누커로 당구를 배운 뒤 포켓볼로 전향했다.

부부가 과거를 회상하는 동안 두 딸은 클럽 내부를 맘껏 활보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란 점이 이 클럽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부부는 설명했다.

 

 

 

맏딸 채아양은 당구와 제법 친숙한 듯 보였다. 큐를 들고 취한 샷 자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에 부모에게 딸의 전문선수 가능성을 물었다.

평소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한 아빠는 “발레 등 좋아하는 다른 분야에 도전했으면 한다”면서 “그럼에도 만약 당구를 선택한다면 독하게 마음먹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엄마는 “저는 당구선수 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슬쩍 내비췄다.

이 질문을 끝으로 1시간 가까운 장시간 인터뷰가 종반부로 치달았다. “서로에게 해주고픈 말”을 묻자 다소 간단한 답변이 나왔다. 그러나 진심은 가득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의 답변은 “지금 이대로 변함없이”였다.

 

 

[김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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